시간을 거슬러 오르다
경남 고성

경남 고성에 위치한 ‘콩이랑농원’에 들어서면 1,100여 개 항아리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렇게 많은 항아리를 한눈에 담아본 적 있었나 싶 은 생각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다. 항아리들이 만들어내는 풍 경은 참으로 정겹다. 햇살 좋은 날에도 비나 눈 내리는 날에도 항아리 들은 오래 전부터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콩이랑농원에는 특별한 종자장(씨앗장)이 있다. 1대 서또분 할머니로 부터 시작된 종자장은 2대 강천조 할머니, 3대 이필분 대표로 이어져 왔다. 이제는 이필분 대표의 아들 내외가 합류하면서 무려 4대째 장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른바 ‘덧장기법’으로 장맛을 지켜오고 있 는데, 새 장을 만들 때 종자장 미량을 넣어 종균을 지속적으로 계승 배 양하는 방식이다. 대대손손 영양소와 향미를 지키는 셈이다. 이런 이 유로 콩이랑농원에는 장 만들기 비법을 전수한 서또분 할머니의 참뜻 을 기리는 빗돌이 있다.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고추장 만들기이다. 일반적인 찹쌀고추장과 다르게 매실 액기스가 들어간다. 매실의 새콤달콤한 맛이 곁들여져 볶음요리를 하는 데에 제격이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도 제공되기 때문에 집에 가서도 같은 방법으로 고추장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콩이랑농원에 하루 머물며 농가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이곳의 옛 이 름이 부연동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농원에서 바라보면 산이 연꽃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연꽃을 닮은 동네라서일까? 안채에 들어서면 200년 된 우물인 부연정이 있다. 이 우물 역시 콩이 랑농원의 자랑거리 중에 하나다. 이 우물의 물로 장 담그기를 이어왔 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100년의 맛과 향이 콩 이랑농원을 가득 채운다.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콩 이랑농원에서의 시간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특히 8월에는 여유 공간에 캠핑장처럼 텐트를 설치해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무료로 제공 할 예정이다. 항아리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장들을 보며, 속도전을 하느라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아보자.

콩이랑농원에서 차로 25분가량 이동하면 전통 장맛이 일품인 농가맛집 ‘개천된장의 편안한 밥상’에 도착한다. 이곳의 대표 김향숙 씨는 고성으로 귀농하여 손수 재배한 농작물로 정성스럽게 전통장류를 만들어오다가 음식에 대한 사랑으로 농가맛집을 차렸다.

개천된장의 편안한 밥상에서 음식에 사용하는 장들은 모두 오랜 시간 숙성한 것들이다. 예컨대 8년 이상 숙성한 간장과 3년 이상 숙성한 된장, 2년 이상 숙성한 멸치액젓 등을 요리에 사용한다. 여기에 고성에서 키운 재철 식재료로 매일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드니 그 맛이 일품일 수밖에 없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전통된장수육한정식이다. 오랜 시간 숙성한 된장을 물에 풀어 수육을 삶는데, 기름기가 적고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묵은지를 넣어 고소하게 부친 녹두전, 양상추와 파프리카를 넣은 샐러드, 나물 무침과 된장찌개 등이 밑반찬으로 차려진다.

해신탕 역시 별미다. 고성에서 손수 재배한 신선한 약재를 사용해 만든 육수에 문어, 전복, 가리비, 표고버섯 등을 넣고 끓여 깊은 맛이 우러난다. 수육한정식에 해신탕 한 그릇이면 여름 더위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공룡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고성이다. 고성은 국내 최초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으로 군 전역에 약 5,000점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다. 상족암군립공원에 설립된 공룡박물관에 가면 공룡 발자국은 물론이고 공룡 전신골격 복제품, 공룡 골격 진품, 일반 화석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상족암 바닷가에는 작은 물웅덩이 250여 개가 연이어 있는데, 이것은 1982년에 발견된 공룡 발자국으로 천연기념물 제411호다.

송학동고분군에는 총 7기의 가야 고분군이 있다. 고성은 삼국시대 이전 소가야 중심지였기에 이곳에 거대한 고분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소가야 최상위 계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금동 귀걸이, 금동 장식, 유리 구슬 등이 출토되었다. 잔디밭이 깔린 넓은 평지와 거대하게 솟아 있는 봉분이 어우러져 풍경 또한 특별하다. 8월에는 고성에서 시간을 넘나드는 특별한 장소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