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가 되기 쉬운 방법,다육식물

글·사진 ㅣ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김우영 농업연구사
침실이나 회사 책상에 화분 하나 놓고 싶지만 어느새 시들고 말라버리는 식물들. 식집사를
꿈꿔보지만 영 자신이 없어 포기하곤 한다. 바빠서 잘 돌보지 못해도 스스로 건강하게 자라는 식물은 없을까?
바쁜 당신을 식집사로 만들어줄 가장 쉬운 방법, 바로 다육식물이다.

다육식물이란?

다육식물은 땅 위의 줄기나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는 식물을 말한다. 한자를 살펴보면 많을 다(多)에 고기 육(肉)을 써서 육질이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으로 선인장이 해당되는데, 선인장은 그 종류가 매우 많아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바위솔, 염좌 같은 돌나물과, 코노피튬, 송엽국 같은 번행초과와 선인장과 등이 많은 종류를 차지하며, 파인애플과 틸란드시아, 장미허브, 꽃기린, 스투키, 산세베리아, 대은룡, 괴마옥 등이 모두 다육식물이다.

왜 물을 적게 줘도 될까?

다육식물은 사막이나 높은 산처럼 연간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지역이 원산이다. 잎이나 줄기가 두꺼운 것은 생존을 위해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조직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잎 표면적과 기공 수를 줄이고 큐티클 층을 두껍게 하여 증산에 의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였다. 따라서 다육식물은 잎이 얇은 관엽식물에 비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생육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잦은 물주기는 과습에 의한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큰 것이지, 물이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막에서도 건기와 우기가 있다. 우기에 비가 오면 뿌리를 넓게 뻗어 많은 양을 저장한 후 건기를 살아간다. 토양이 제한된 화분은 자연만큼 뿌리를 뻗을 수 없으므로 반려자의 수분 공급은 필수다. 잎이나 줄기가 쪼글쪼글해지고 말랑거린다면 저장한 물이 떨어져 목이 마르다는 신호다.

남들이 잘 때 일하는 다육

보통의 많은 식물들은 낮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포도당을 합성하는 C3 광합성을 한다. 그러나 다육식물은 낮에 기공을 닫고 수분 손실을 막는 방법을 택했다. 대신 선선한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리고 그것을 말산 형태로 액포에 저장했다가 낮의 햇빛으로 당을 합성하는 CAM형 광합성(돌나물형 유기산 대사)을 한다. 따라서 광합성 대사에 따른 산소 방출 또한 기공이 열린 밤에 이뤄진다. 이것이 다육식물을 밤에 침실에 두라고 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육식물은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므로 낮에는 꼭 햇볕을 쬐어주거나 식물 등으로 보광해줘야 한다.

다육식물 관리하기

많은 다육식물은 햇볕을 6시간 이상 필요로 하므로 베란다와 창가에서 기르는 것이 좋다. 온도는 실외에서 화분에 기른다면 11월 초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 안으로 들여야 동해를 방지할 수 있다. 실내에서 기른다면 문제되지 않으나 한겨울에는 5℃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빛이 잘 드는 창가 쪽에 둔다. 종류에 따라 내한성이 다른데, 바위솔 종류는 영하 10℃까지도 견디므로 실외에서 월동이 가능하다.
다육식물은 보통 작은 화분에 심는 경우가 많다. 화분이 작을수록 흙이 가지고 있는 영양분이 적으므로 1~2년에 한번 분갈이를 해주는 것이 좋다. 보통 봄, 가을에 하며 분갈이 시 뿌리와 잎을 정리한다. 토양은 배수성이 높은 마사토, 질석 등 굵은 입자의 비율을 높게 한다. 분갈이 후에는 물을 바로 주지 않고 뿌리가 자리를 잡길 기다렸다가 일주일 정도 후에 준다.

남들보다 빠른 번식

많은 다육식물은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구를 형성하므로, 똑 떼어다 옮겨 심으면 된다. 또는 잎이나 줄기 일부를 잘라서 삽목1)해도 성공률이 높다. 삽목을 할 때는 절단부 상처가 아물 때까지 그늘진 곳에서 말린 후에 심어야 썩거나 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삽목이 쉬운 다육식물이지만 꽃도 아름다운 것이 많다. 햇빛을 많이 받으면 잎 사이에서 뻗어 나오는 꽃대를 볼 수 있다. 꽃이 진 후 생긴 종자로 파종 번식도 가능하다.
1) 모체에서 분리한 영양체 일부를 알맞은 곳에 심어서 발근시켜 독립개체로 번식시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