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알레르기 걱정 없는
밀 품종 ‘오프리(O-free)’

글 ㅣ 정수민 참고자료 ㅣ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
빵과 라면 등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먹은 후 소화불량으로 눈물을 머금고 자제해야 했다면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 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제거한 우리 밀 품종, ‘오프리’가 있기 때문이다.

 

밀 알레르기 환자도 먹을 수 있는 밀
빵, 라면, 과자 등 밀로 만든 제품들은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있고 간편한 먹거리다. 하지만 밀 가공제품을 먹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불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9.9%가 ‘밀 가공제품을 먹고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밀을 주로 먹는 서양인의 5%는 셀리악병 환자이며, 미국 전체 인구 중 6%는 밀 알레르기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리악병에 걸리면 설사, 체중 감소, 복부팽만, 피부 발진, 빈혈 등 증세가 나타난다.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장내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에 대한 과민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셀리악병은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하며,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밀 가공제품을 먹은 후 소화불량이나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들이 있어 보다 안전한 밀 가공제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약자나 환자들에게도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밀 가공제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접 음식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빵이나 라면, 국수처럼 간편하게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밀 가공제품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 제거로 걱정 없이!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O)이 아닌 인공교배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제거된 밀 ‘오프리(O-free)’를 개발했다. 오프리는 전북대학교, 미국 농무성(USDA-ARS)과 협업을 통해 개발했으며, 국내 품종 중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금강’과 수량이 많고 쓰러짐에 강한 ‘올그루’를 인공교배해 만들었다.
오프리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하나인 ‘오메가-5-글리아딘’과 셀리악병의 원인인 ‘저분자 글루테닌’, ‘감마글리아딘’, ‘알파 아밀라아제 인히비터’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단백질 분석과 혈청 반응 실험 결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고 빵이나 쿠키로 만들었을 때 가공 적성 또한 일반 밀과 차이가 없었다.
오프리는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으며, 지난 2020년부터 전남 영광 생산단지에서 오프리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은 일반 밀과의 혼입 방지를 위해 특별 관리를 할 수 있는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밀가루 가공업계와도 연계해 재배 단지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전 세계 글루텐프리 제품 시장은 연간 12조 원 규모로, ‘오프리’는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입 밀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에게는 알레르기에서 안심할 수 있는 밀을, 농업인에게는 차별화된 품종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국가적으로는 밀 산업 활성화를 가져오는 오프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