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재배법과 생력기계화로
논콩 재배를 선도하다

죽산콩영농조합법인 한은성 농업인

글 ㅣ 정수민 사진 ㅣ 한상훈
전라북도 김제는 대표적인 쌀 주산지 중 하나지만,
이제는 논콩을 재배하는 주산지로 알려지고 있다.
‘논콩’이라고 하면 김제 죽산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끔
변화를 이끌어낸 곳은 바로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이다.
논콩 재배기술과 생력기계화로 논콩 재배에 앞장서고 있는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의 前대표이자 조합원인 한은성 농업인을 만나봤다.

벼농사에서 논콩으로 작목 변경…
논콩 표준재배법 확립

죽산콩영농조합법인 한은성 농업인
죽산콩영농조합법인 한은성 농업인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11년 3월, 11개 농가로 구성된 죽산논콩작목반으로 출발했다. 벼농사를 지어오던 농가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활로를 찾기 위해 논콩을 재배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쌀값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벼농사를 짓다간 앞으로는 더욱 먹고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벼농사를 하던 농가들이 모여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논콩’을 재배해 보자는데 마음을 모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논에 콩을 심는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주위에서는 논콩 농사를 만류했다. 논에는 당연히 벼를 심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콩 농사는 워낙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면 변화는 일어날 수 없었다. 죽산논콩작목반은 논콩을 재배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시작했다.
“논콩을 심기 전부터 작목반들과 함께 강원 영월과 경북 안동에 있는 밭콩 선도농가를 찾아다녔습니다. 저희 모두 콩 농사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밭콩 농사부터 배운 후 이를 응용하여 논콩 재배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 것이죠.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만 저희 모두 오랜 시간 농업인으로 살아왔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기에 논콩 재배기술을 확립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죽산논콩작목반은 어려운 콩 농사를 지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그 경험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작목반원들과 힘을 합쳐 ‘논콩 표준재배법’을 확립했다. ‘논콩 표준재배법’에는 적정시비량, 종자소독, 토양살충, 품종별 파종적기와 파종량, 물대기, 제초, 순자르기, 병해충 방제까지의 전 과정이 정리되어 있다. 현재 이 재배법은 논콩 농사를 짓는 농가들에게 전해지며 논콩 농사의 교과서가 되었다.
“고품질, 다수확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확한 재배법을 숙지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녹여내어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저희가 논콩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듯, 논콩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농가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으로 표준재배법을 확립하고 누구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논콩에 적합한 콤바인 등
생력기계화로 노동력 절감

‘논콩 표준재배법’ 확립과 함께 추진한 것은 생력기계화다. 논에 벼 대신 콩을 심으려면 기계화는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엔 논콩과 관련된 농기계가 없었고, 많은 고민 끝에 농기계 업체와 협의해 콤바인, 파종기, 배토기, 방제기 등 논콩 맞춤형 농기계를 개발해 현장에 도입했다.
“논콩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2011년에 저희는 이미 기계화를 80%가량 한 상태였습니다. 논콩은 수확철에 노동력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데요. 전용 콤바인으로 콩을 수확하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2,000평 규모에서 3명이 콩을 수확하면 일주일가량 걸리는데, 콤바인으로 작업하면 2시간 정도면 끝나지요. 또한 유실량과 금간콩 발생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논콩을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2011년에는 김제원예농협과 논콩 계약재배를 시작했고, 2012년에는 아이쿱생협과 계약재배 및 납품을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할 수 있었다. 2013년 5월에는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을 세우며 논콩을 더욱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콩 품종 선택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정부 보급종인 ‘대원’과 ‘태광’을 주로 재배하고, 아이쿱생협 등에 납품용으로 ‘선풍’과 ‘대풍2호’도 소량 재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는 농촌진흥청에서 ‘협업연구농장’으로 선정되며 논 재배에 알맞은 콩 신품종 현장실증을 통해 논콩 재배면적 확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논콩 선별시설소에서 한은성 농업인
논콩 선별시설소에서 한은성 농업인
수확한 논콩
수확한 논콩

논콩 선도농가로서의 역할 다할 것

현재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은 드론과 무인헬기로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건조·정선·선별 시설을 갖춰 논콩 품질 균일화를 도모함으로써 고품질, 다수확 논콩을 생산해 내고 있다. 논콩 재배를 시작한지 12년, 30ha 규모로 시작했던 재배면적은 현재 20배 이상 커졌고, 조합원도 70명이 넘는다. 한은성 농업인은 사무국장, 대표 등을 역임하며 현재 3만 5000평 규모로 논콩을 계속 재배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소득은 벼농사를 지을 때보다 30~40% 정도 높습니다. 성장을 거듭하면서 소득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디에 선보여도 부끄럽지 않는 고품질의 논콩을 재배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은 그동안의 논콩 재배경험을 바탕으로 전용 비료도 개발했다. 질소, 인산, 칼리 등의 배합비를 만들어 비료회사에 제공·생산하여 논콩 재배에 사용하고, 다른 논콩 농가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김제는 이제 3,000ha에서 논콩을 재배하는 주산지로 성장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연 4회 이상 품종별 재배기술에서부터 병해충 방제 등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논콩 재배를 확대했다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더욱 철저히 품질을 관리하는 거죠.”
콩은 주요 곡물 중 하나다. 현재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식량 자급률 향상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표준재배법과 생력기계화, 품질관리를 통해 논콩 생산을 확대한 죽산콩영농조합법인은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도전과 노력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사례다.
“저희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나간 것처럼 논콩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농가들을 적극 지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품질 좋은 논콩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업인들은 물론 소비자와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합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우수협업콩연구농장 선정

앞으로도 더욱 품질 좋은 논콩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업인들은 물론 소비자와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합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죽산콩영농조합법인
주소 : 전북 김제시 죽산면 죽백로 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