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꽃집’으로
개인 화훼 소비 시장이
활짝 피다

스노우폭스플라워 김아영 대표

글 ㅣ 박윤웅사진 ㅣ 한상훈
때 아닌 겨울비가 추적추적 거리를 적신다.
퇴근 후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문득 작은 변화를 주고픈 마음이 든다.
저녁 식탁에 꽃 한 송이를 놓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마음을 정하고 휴대전화를 꺼내어 가까운 꽃집을 찾아봐도 마땅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꽃 한 송이를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가 되겠구나 하는 아쉬움으로 걸음을 재촉할 때,
환한 조명과 하얀 색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매장에 시선도 걸음도 멈춘다.
매대에 놓인 꽃에 이끌린 그곳. 스노우폭스플라워를 찾아갔다.

개인의 꽃 소비 시장에
주목하다

스노우폭스플라워 김아영 대표
꽃은 아름답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다워 오래 전부터 시인들이 그토록 꽃을 노래했나 보다. 스노우폭스플라워의 김아영 대표는 그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인간이 느끼는 아름답다는 감정은 곧 그것을 가까이 두고 싶고, 가능하다면 소유하고 싶은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곧 구매로 이어진다.
“스노우폭스플라워는 브랜딩 회사로 설립되었습니다. 그래서 꽃 소매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꽃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있어서는 아니었답니다.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개인의 꽃 소비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거죠. 브랜드 론칭에 앞서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 화훼 소비 시장의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특히 개인의 꽃 소비는 통계내기조차 아쉬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이 시장에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꽃 소매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김 대표가 생각할 때 대한민국의 GDP 규모가 1,890조 원에 이르고 세계 경제 순위가 12위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국내의 화훼 소비는 매우 적었다. 2018년 aT센터 화훼공판장에서 경매된 절화(折花) 대금 규모가 650억 원에 불과해 의아해했다. 특히 국내 화훼 소비의 80% 이상이 경조사용 화환에 치우쳐 있어 개인적인 소비는 매우 저조했다. 유럽과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개인 소비가 오히려 80%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아쉬운 실정이다.
개인이 꽃에 지출하는 금액에 있어서도 차이는 분명했다. 1인당 세계인의 화훼 소비액은 평균 137달러(15만~16만 원) 정도라고 한다. 한국은 2005년(20,870원)에 소비의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보여 2016년에는 11,722원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화훼산업의 소비 위축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자신 있었다. “저희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꽃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해왔고 그간 해온 다양한 시도들이 나름의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 규모에 비해 개인의 소비는 앞으로 다섯 배 이상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개인의 꽃 소비는
통계내기조차 아쉬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이 시장에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꽃 소매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노우폭스플라워 김아영 대표

꽃의 소비를 막는 장애물 분석과
친근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

꽃 소매업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김 대표 주변에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꽃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괜찮겠느냐는 것이다. 그러한 우려들 중에는 아직 한국에 정착하지 못한 꽃 소비문화를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꽃을 사지 않는 이유가 그러한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라는 말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교육 수준이나 문화 수준이 높은 한국 사람들이 왜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꽃 소비에는 그렇게 소극적일까요? 그런데 직접 사업을 해보니 그럴만한 이유들을 하나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 론칭 후, 김 대표는 열의를 갖고 행동했다. 처음 8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6일을 양재 화훼도매시장에서 지낼 정도였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고역이 따랐지만 그렇게 고생스럽지만은 않았다고 회상한다. 고생 대신 자신이 찾고 있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비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장 큰 문제로 김 대표는 ‘가격’을 지적했다. 똑같은 꽃이라도 특별한 날이나 시즌이 되면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경매가가 높아지면 자연히 소비자 가격도 올라간다. 보통 사람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꽃을 잘 사지 않는데, 하필 특별한 날에 꽃을 사려고 하면 비싸다. 결국 ‘꽃은 비싸구나’하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다. 이렇게 되면 평소에는 언감생심 꽃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특별한 날에만 꽃을 사게 된다. 그런데 역시 꽃은 비싸다. 이러한 악순환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꽃
꽃
“작년 크리스마스 때 빨간 장미 10송이에 경매가가 2만 원이 넘었어요. 그게 소비자 손에 들어가면 3배 이상 가격이 올라가게 되거든요. 솔직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격이죠. 그런데 11월이면 같은 장미가 반값도 안 하거든요. 결국 꽃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등락폭이 너무 커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 같아요.”
뿐만 아니라 꽃을 구매할 때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문제들을 함께 지적했다. 가격 등락폭이 커서 가격대별로 기대할 수 있는 일정한 품질이 부재하다는 점 그리고 생물이라 상품에 하자가 있어도 교환과 환불을 쉽게 해주지 않는 점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접근성 문제도 짚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아다니지 않는 편이거든요. 길을 가다가 우연히 눈에 띄는 곳에서 물건을 구매하곤 합니다. 꽃의 경우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아름다운 것들은 자연히 관심 있게 보게 되고 보고 있으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때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쉽게 구매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바라는 것

김아영 대표는 우선 ‘신뢰할 수 있는 가격’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사람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가격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가격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 꽃이 얼마면 내가 사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본다. 즉 공급자가 필요한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결정한 가격이 매장의 수입 극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어 납품 단가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유통 단가를 줄이고자 화훼도매상을 통해 구입해오던 꽃을 직접 중도매인 자격을 얻어 경매로 입찰 받기 시작했다. 유통 단계를 한 단계 줄임으로써 약 10~20%의 원가 절감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경매를 주관하는 aT센터 화훼공판장을 통해 하자 시 보상이 가능해져 품질도 어느 정도 보장받게 되었다.
가격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매장의 ‘접근성’이다. 스노우폭스플라워는 유동인구가 많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매장을 두었다. 꽃은 생물이라 보관 기간이 짧아 판매 회전률이 빨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라야 소비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잘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어야 했다.
스노우폭스플라워 김아영 대표
스노우폭스플라워 김아영 대표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편안한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꽃을 사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을까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눈에 잘 띄는 위치와 아름다운 인테리어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꽃을 둘러볼 수 있어야 한다.
“꽃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면 자연히 가격이 궁금해지겠죠. 그런데 일일이 점원에게 물어보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합니다. 그래서 저희 매장의 모든 상품에는 가격표를 붙여 놓았습니다. 굳이 묻지 않아도 가격을 알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꽃을 소비하는 데 있어 갖고 있는 심리적 거리를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격표에는 가격 정보 이외에도 화초를 키우는데 필요한 간단한 정보를 함께 담았다. 이로써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매장 직원들과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꼭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하지 않더라도 부담이 적은 가격과 편안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김 대표의 말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스노우폭스플라워는 2017년 설립 이후 2년만에 매장 9곳을 열었고 올해에는 5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2월 중으로 본사 오피스도 새로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김 대표의 표정이 뿌듯해 보였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꽃을 통해 보다 여유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나가길 바란다는 김아영 대표. 그녀에게 「그린매거진」 독자를 위한 한마디를 부탁드렸다.
“국내 커피 소비 시장의 성장에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게끔 만든 카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꽃집도 그렇게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다면 꽃 소비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스노우폭스플라워를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그래서 점차 성장해 나갈 개인의 꽃 소비 시장에서 저희 나름의 파이를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더 새롭고 다양한 시도로 개인 화훼 소비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싶다는 김아영 대표의 당찬 포부가 기대된다.

아름다운 것들은 자연히
관심 있게 보게 되고
보고 있으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스노우폭스플라워 김아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