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호접란(팔레놉시스)이 미국 수출 길에 올랐다. 이번 수출은 침체기에 놓인 우리 화훼의 새로운 성장을 향한 시작점으로 새로운 수출 판로 개척이라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 화훼는 내수 시장의 어려움과 별개로 수출에서도 많이 고전하고 있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수출 의존과 중국 수출의 둔화는 계속 지적되어온 화훼 수출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그러기에 호접란의 대미 수출은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농식품부의 검역협상과 함께 화훼농가의 노력,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의 기술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와 화훼업계는 국내 난 산업의 위축된 분위기를 극복하고, 선도농가 중심으로 수출 활로를 모색하던 중 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미국 난 시장을 주목했다. 미국 난 시장은 2015년 기준 2억8천만 달러의 거대 시장으로 태국,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주요 수출국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중 대만의 호접란은 5천3백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미국 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농진청은 미국시장에서 우리 호접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국 플로리다에서 호접란을 재배하고 있는 한인 농가들의 수입 의사를 수렴해 미국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2017년부터 농가와 함께 수출용 호접란 순화묘 배지 처리 기술, 배지 수분함량에 따른 냉장 컨테이너 모의수출 실험, 선도유지 기술 투입 시범 수출 등 수출기술을 개발했다.
농진청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까다로운 미국과 협상이 마무리된 검역기준 통과였다. 미국의 검역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에 부합되는 온실 시설 확보가 필요했다. 주요 검역요건으로는 승인된 재배 매체 사용, 난 총채벌레 같은 우려 병해충 미발생 등이다. 또한 병해충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재배 온실 표준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대만의 미국 수출농가의 경우 바닥 전면을 콘크리트 처리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나 시설비 부담이 매우 크다. 농진청은 호접란을 수출유망품목으로 선정하고 생산자, 학계, 연구자, 검역기관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개최해 수출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기존 시설 개보수를 통한 저비용 검역 온실 시설을 구축했고, 2018년 5월 31일 대미 수출 검역 온실 승인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