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재래닭을 개량해 토종닭으로 키워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백세미, 노계, 유색계 등이 토종닭으로 둔갑하면서 토종닭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방지하고 양계업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혈통이 확실한 토종닭을 보급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재래종은 기름기가 적고 콜라겐이 풍부해 육질이 쫄깃하고 감칠맛이 좋으나 상대적으로 사육 기간이 긴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만들어낸 품종이 우리맛닭1호다. 순계로는 총 3가지 종자가 쓰였는데 빨리 성장하는 종자, 맛이 좋은 종자, 알을 잘 낳는 종자가 선발됐다. 성장이 빠른 수컷 종계와 맛이 좋고 달걀 생산이 많은 암컷 종계를 키운 뒤 이 둘을 교잡해 맛이 좋고 성장이 빠른 토종닭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2010년에 개발된 우리맛닭2호는 육질은 유지하면서 성장을 보다 빠르게 하는 데 중점을 두어 개발했다. 현재 우리맛닭2호의 성장 속도는 우리맛닭1호보다 30%가량 빠르며 육질이 더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우리맛닭 품종 개량이 꾸준히 이루어지는 만큼 보다 다양한 목적에 맞춘 토종닭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숙제는 있다. 토종닭의 판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토종닭 전문식당에서 백숙과 삼계탕으로 토종닭이 쓰이는 이상 대부분의 수요가 여름에 집중된다. 많은 사람들이 계절과 상관없이 즐겨 찾는 치킨에는 대부분 수입산 육계가 사용된다. 토종닭에 비해 조직이 성글고 맛이 싱겁지만 가격이 싼 데다 시즈닝의 맛이 치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제한적인 판로를 극복하고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토종닭을 위해 조리법 세미나와 마케팅 등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닭협회 홈페이지에서는 닭스테이크, 닭볶음탕 등 토종닭으로 만들 수 있는 20여 가지의 조리법을 제공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미얀마,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수출된 종계와 실용계 종란도 고무적인 사례다. 한때 사라질 뻔했던 토종닭이 품종 개발과 소비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다시 날개를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