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 펀펀한 체험
농촌 여행 사용설명서

- 경상남도 편

글 ㅣ 김그린
경상남도에는 이름난 여행지들이 많다.
바다와 접해있는 지역이 많아 해수욕장을 주로 떠올리기 쉽지만,
전통 생활방식을 체험해볼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도 적지 않다.
가을이 물들어가는 이때 추억을 남기기 좋은 다양한 체험마을을 소개한다.
각자 다른 역사적 배경과 체험들로 가득한 데다 지역색도 달라
이색 여행이라고 말하기 손색없다.

벽화마을의 시초,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지닌 동피랑 마을은 벽화마을로 이름이 나면서 재개발을 면하게 된 사례다. 동피랑은 본디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던 자리였다. 이를 복원하고 그 일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2007년 ‘통영 21’이라는 시민단체가 전국 벽화 공모전을 열면서 동피랑 벽화마을이 관광명소로 이름이 나게 되었다. 현재는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의 집 3채만 헐어 동포루를 복원했다. 동포로 위에 올라서면 동피랑을 비롯해 통영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전망대로도 톡톡히 역할을 한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벽화마을이지만, 아직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꾸준한 벽화 축제를 통해 새로운 그림을 벽에 그리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들도 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 일반인의 흥미도 톡톡히 끈다. 본래 2년에 한 번씩, 짝수년도 가을마다 벽화 축제를 한 달 넘게 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벽화 그리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소한 체험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체험이 엽서 그리기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엽서에 그림도 그려보고, 잘 그린 그림은 엽서로 상품화되어 판매할 수도 있다. 저작권 관련 사인까지 마치고 나면 혹시나 모를 기대감에 한층 발길이 가벼워진다.
주민들이 삶을 영위해나가는 주택 지구이기도 한 만큼 여행을 하면서도 거주민들을 배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별히 입장 시간이나 입장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밤에는 벽화 감상이 어려워지는 만큼 낮에 들러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 마침 통영 시가지에 위치해 다른 곳과 함께 묶어서 들러보기에도 좋은 곳이다.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동피랑1길 6-18
주변여행지
동피랑이 그림 위주로 둘러보기 좋다면 동피랑 근처에 있는 남망산 조각 공원은 입체감 넘치는 야외조각들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실외에 유명 작가들의 조각들이 배치되어 있어 산책을 즐기며 작품을 가까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중앙전통시장도 함께 묶으면 통영 구시가지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코스가 완성된다. 항구가 근처에 있어 활기 넘치는 어 시장과 함께 통영 특유의 음식들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높지 않은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울려 있어 한층 아름다운 통영의 경치를 제각기 다른 각도에서 둘러볼 수 있다.

푸른 학이 깃드는 예의마을,
‘하동 지리산 청학동 마을’

지리산 청학동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갱정유도일심교’라 하여 유교를 근본으로 한 도를 따르는 사람들이 한국전쟁 이후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 지리산 청학동의 시초다. 민속촌에서 보았던 것 같은 한옥들에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곳을 실제로 유명하게 만드는 것은 전통적인 가치를 체험하기 위해 서당을 찾는 사람들이다. 선촌서당을 비롯해 대안교육기관 등이 다양하게 들어서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전통 공동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단체 활동으로는 당일에서 2박 3일 체험처럼 짧은 기간으로도 가능하다. 개인 체험을 할 때는 하룻밤 동안 숙박을 하면서 투호, 감자와 고구마 구워먹기 등의 시골체험이 가능하다. 방학 동안 선비체험을 하는 경우에는 약 일주일간의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예절을 통해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선비정신 교육부터 다도체험, 매듭공예, 한시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이 일주일 동안 펼쳐진다. 선촌서당 외에도 다양한 서당이 영업 중인 만큼 홈페이지를 통해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이와 함께 들러볼 만한 곳이 청학동 삼성궁이다. 환인과 환웅, 단군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으로 1,000개가 넘는 돌탑이 주변의 숲과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울창한 숲 사이에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감상하며 올라가다 보면 그 자체로 청신한 산림욕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연못과 함께 돌담, 한옥들이 지어진 모습은 돌을 쌓는 노동을 수행으로 승화시켰던 그 당시의 청학동 사람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주소 | 경상남도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하동 지리산 청학동 마을
하동 지리산 청학동 마을
주변여행지
하동에는 즐길 거리가 적지 않다. 소설 토지의 무대로 알려진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은 드라마 세트장으로 이용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녹차 시배지를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일정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가을철 여행지로 발길을 돌려볼만한 곳이 쌍계사다. 녹차 시배지에서도 가깝지만 쌍계사의 가을 단풍이 하동10경에 뽑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이유도 있다. 신라시대에 지어진 고찰인 만큼 서부 경남의 사찰을 총람하는 본사로서도 역사적 가치가 큰 곳이다.

편백나무 향이 맴도는,
‘거제 청사초롱 체험마을’

거제 청사초롱 체험마을
거제시 삼거동에 있는 청사초롱 체험마을은 북병산과 선자산으로 둘러싸인 호젓한 농촌이다. 친환경 지역으로 오염되지 않은 환경과 함께 사계절 내내 색다른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났다. 연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표고버섯 종균 접종과 수확 체험이다. 떡메치기 체험도 가능하지만 10명 이상이 모여야 가능해 보통은 단체체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벼농사를 주력으로 하는 곳인 만큼 계절 체험도 벼농사와 연결된 체험들이 많다. 봄에는 모내기 체험과 함께 새참 먹기 체험, 쑥과 쌀을 이용한 쑥개떡 만들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심은 쌀은 가을에는 전통 벼 베기와 탈곡, 도정 체험 등으로 이어진다. 수동 탈곡기와 손 훑기, 홀태 등을 이용한 탈곡 체험은 어린이에게는 물론이고 도시에서 자라난 성인에게도 생소한 체험이다. 디딜방아와 나무 맷돌을 통해 쌀의 낟알만을 오롯하게 까내는 과정은 쌀이 어떻게 우리에게 오는지 깨우쳐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마을 특산물인 표고버섯을 활용한 표고버섯 소시지 만들기, 집에서 키우는 표고버섯 나무 만들기 등도 때에 따라 가능하다. 즐거운 농촌체험의 기념물을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인기 있는 과정이지만, 전화 문의를 통해 예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가족들이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가족평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예약이 꼭 필요하다. 평소보다 소규모로 예약이 진행되는 만큼 여행 일정이 잡혔다면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주소 | 경남 거제시 거제중앙로 1276
마을회관 2층
전화 | 055-637-7475
홈페이지 | http://sgvil.co.kr
거제 청사초롱 체험마을
거제 청사초롱 체험마을
주변여행지
우리나라의 남단에 위치한 거제도지만 여기에서도 한국전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유적이 있다. 바로 거제도 고현,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포로수용소가 그 주인공이다. 1983년 12월 20일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99호로 지정·보호되었다가 지금은 유적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간 충돌이 자주 일어난 만큼 한국전쟁이 단순히 남한과 북한의 전쟁이 아니라 각 이념의 충돌이었음을 대변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인훈의 소설인 광장의 배경으로도 등장해 그 당시 특유의 긴장감을 문학으로도 접할 수 있다. 지금은 테마공원과 체험시설 등을 결함한 테마파크로 변신했다. 그 중 인기 있는 것이 일명 ‘아바타포’다. 꼬불꼬불한 숲길을 돌아나가며 짚라인을 즐기는 시설로 동절기에는 17시에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