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키운 농산물로
마을주민과 상생하다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김은숙 대표

글 ㅣ 김희정·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제천 수산면은 충북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인증받은 곳이다.
달팽이같이 느림을 추구하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마을 전체의 분위기이다 보니
전통문화와 파괴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눈에 띈다.
이런 마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지역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곳이 있다.
마을 협동조합인 슬로시티 수산 협동조합 김은숙 대표는
2015년 협동조합을 조직해 다양한 정부 사업에 참여하며 마을기업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지역공동체 활성화하는
상생의 가치

슬로시티 수산 협동조합의 김은숙 대표는 마을에서 담당하고 있는 일이 다양하다. 마을기업의 총무로서 활동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멘토이자 컨설턴트로서 활동하고 있다. 슬로시티 수산 협동조합의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정부 사업에 계획서를 내고 홍보 활동을 하는 것도 김은숙 대표의 몫이다.
본래 제천에서 시니어 교육과 공예 강의 등을 진행하던 김은숙 대표가 슬로시티 수산 협동조합을 세우고 관여하게 된 것은 2015년 제천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에서 들었던 협동조합 교육이 계기가 되었다. 250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수산면에서도 협동조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모집에 나섰다. 무언가를 배우면 바로 실천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곤 하는 성격도 영향을 미쳤다. 수산면의 주민들과 슬로시티협의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했고 그 결과 각각 다른 농산물을 짓던 농부와 어부 등 6명이 뭉치게 되었다.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각자 다른 분야에서 리더를 하실 수 있는 분들이 모인 터라 더 든든했어요. 주요 제품으로는 꿀, 과일, 약초 도라지, 더덕, 잡곡 등이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쇼핑으로 살 수 있게 전환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인삼이나 아로니아, 식용장미 등에 꿀을 넣어서 만든 청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에요. 현재 호주와 중국에 수출 논의도 하고 있고요. 저희가 활동은 2015년에 시작했지만 제대로 운영에 시동을 건 것은 2017년부터예요. 2022년쯤에는 발생한 수익을 협동조합 이사님들께 나눠드리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지금은 수익이 나는 대로 재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슬로시티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이기도 한 만큼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자연의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벌꿀은 기계로 열처리를 하지 않고 벌들이 날갯짓으로 수분을 날린 생꿀을 그대로 담아 판매하고 있다. 수수쌀 과자도 바싹하면서도 달지 않아 수수 본연의 고소한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김은숙 대표

슬로시티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이기도 한 만큼
이 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자연의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부족한 자본은
발로 뛰는 외부활동으로

협동조합의 장점으로 여러 사람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 자본에 대한 부담을 나눠진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기 전에는 아무래도 사업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은숙 대표가 타개책으로 선택한 것은 사업 계획서를 잘 써서 정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사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우체국 쇼핑몰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공무원 폐쇄몰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우선 협동조합 전시박람회는 100% 참가했어요. 그 외에 도에서 하는 박람회나 제천 엑스포 같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다녔고요. 이사님들은 농사에 바쁘시기 때문에 홍보는 제가 열심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마을기업 관계자들이나 사회적 경제 관련 단체 모임이 수산면에서 열릴 경우에는 우리 친환경 농산물을 100% 사용하는 ‘수수한 밥상’이라는 건강한 먹거리 사업을 연결하기도 했어요. 수수한 밥상을 차릴 때는 50인분, 100인분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 지역 주민들의 힘을 빌리기도 했었지요.”
잘 쓴 사업 계획서는 사업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과 외부 판매를 나갈 때 쓰는 이동차량인 윙버스다. 건물 월세나 차량 구매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은숙 대표의 수완이 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원래 마을 이장협의회의 건물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고 버려져 있던 건물을 마을 활성화를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해 3년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올해 무상 입주가 끝나지만, 내년에 새로운 건물로 입주할 계획이 있다. 이 역시 농림축산식품부 사회적 기업 지원 사업에 주민들과 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통과해 받게 된 지원이다. 현대백화점이나 행복한 백화점 등 외부로 판매를 나갈 때 쓰는 윙버스도 사업 계획서로 받게 된 결실이다. 올해 4~5번 외부 판매를 나가면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너무 바빠서 하루에 3~4시간밖에 자지 못할 때도 있어요. 사업 계획서는 정말 서류 작업이 많거든요. 너무 힘들 때도 있지만 적은 비용이나마 저희 협동조합 운영에 보탬이 된다면 어느새 힘이 불끈 솟아요.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건물 무상 임대나 제품 디자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받기도 하지만, 제품을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선진견학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유럽에 협동조합 견학과 일본의 슬로시티 견학을 통해 배운 것들을 직접 저희 협동조합에 접목해 보기도 했지요.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빠르게 적용하면서 계속 발전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선진견학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접목해 만든 제품으로 잡곡 진공포장 제품과 쌀 과자 제품이 있다. 잡곡이나 쌀 과자 모두 슬로시티 수산 협동조합에서 판매하던 제품이지만 포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본에서 파는 100g 단위 잡곡 진공포장 제품을 보고 오랜 시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잡곡 진공포장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수수쌀 과자도 이전에는 180g 단위로 대용량 포장하던 것에서 50g의 소포장 제품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주는 포장지도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시장에서 더욱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함께 가는 가치,
잘하는 일을 통해 실천할 수 있어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김은숙 대표
협동조합으로서 자립하고 마을에 수익을 돌릴 수 있도록 발전해나가는 것이 현재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의 목표다. 또한 협동조합이 자리 잡은 제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여성기업 등도 함께 상생하면서 더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은숙 대표가 꿈꾸는 일이다.
“저희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제품 판매장에 오시면 저희 제품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마을기업, 여성기업 등의 제품들도 함께 판매되고 있어요. 아직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아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정직하게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 싶어요. 그렇게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서 저희 제품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면 마을 주민들의 삶도 한층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마을 주민 분들은 농산물 판로 등을 찾기 어려워 힘들어하시거든요. 협동조합의 수익들을 꼭 마을에 환원하고,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고 마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김은숙 대표는 사업을 고민하는 여성농업인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는다.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며 사업에 도전하는 여성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여성분들이 철저한 준비나 목표 없이 도전했다가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준비성이 없어서 놓치는 경우도 있었고요.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의 경우는 자신이 잘하고 관심 있는 분야와 마을의 특산물을 접목해 보면 독특한 사업 아이템이 나올 수 있어요. 항상 마을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현재 김은숙 대표는 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밀랍초 만들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수산면은 공해가 없어서 양봉을 하면 질 좋은 꿀과 밀랍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은숙 대표의 남편이 양봉을 하기에 좋은 원재료를 수급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러한 체험은 마을을 대표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될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저희 협동조합이 생긴 후에 마을기업이 두 곳 더 만들어졌어요. 저희가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내년에 협동조합 건물을 옮기면 300평 정도를 활용할 수 있는데요. 반은 저희가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주민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해요. 마을 공동프로젝트라고 할까요? 무상임대가 끝나는 10년 후에는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활용하는 공간으로 발전하는 것이 제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슬로시티수산협동조합
주소 :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월악로26길 42
연락처 : 0507-1358-8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