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부딪혀! 세 청년의 세계농업여행기

영화 <파밍보이즈>

글 ㅣ 김진경
세계여행은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 조금 특별한 세계여행을 떠난 청년들이 있다.
목적은 다르지만 꿈 많은 세 청년이 모여 무일푼 농업세계일주 도전을 결심한다.
그리고 영화 <파밍보이즈>는 이 세 명의 20대 청년들이 세계 각국의 농업 현장을 찾아
직접 일하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배우는 여행기를 담고 있다.
이탈리아
#1. 세계농업일주, 무작정 떠나다
농사로 지구를 구하고픈 지황, 꿈을 찾고픈 하석, 고향을 멋지게 가꾸고픈 두현은 어느 날 세계로 농업여행을 떠날 결심을 한다. 청년들답게 열정 하나로 무작정 떠날 계획을 세우며 장밋빛 여행을 꿈꾼다. 여행도 하고 영어도 배우고 농업까지 익힐 수 있는 일석삼조의 기회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해외농장에 메일로 전화로 연락을 취하지만 80여 곳의 농장 중 회신이 온 곳은 겨우 7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부딪혀 보자’는 각오로 지난 2013년 12월, 세계농업일주를 떠난다.
이들 ‘파밍보이즈’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시작으로 네팔,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까지 총 11개 나라를 돌며 2년 동안 세계의 농업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농장들은 유기농장에서 노동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대신 숙식을 제공하는 ‘우핑(WWOOFING)’이나 땅을 젊은이들에게 임대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농장경영을 실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형태의 농장 운영은 파밍보이즈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험, 그리고 ‘고생’을 가져다 줬다. 그냥 하기에도 힘든 농업을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하려니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계농업일주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2. 농업현장에서 얻은 배움은 또 다른 도전으로
파밍보이즈는 라오스 가나안 농장학교에서 ‘일하지 않으면, 음식도 없다’를 교훈으로 돼지를 돌보고, 이탈리아에서는 환경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젊은 이탈리아인들의 농업 커뮤니티를 통해 환경 친화적인 일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벨기에에서는 농부와 소비자들이 어우러진 지역 농장을 지원하는 개인 네트워크를 만나고 ‘유통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다. 또한, 지구를 살리는 유기농법으로 운영되는 사이몬의 가족농장에서 유기농업으로 농사할 경우, 무료로 땅을 빌려주는 그의 운영방침과 철학에 큰 영감을 받기도 했다.
영화 속 마지막 여행지인 네덜란드에서는 아티나의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6차 산업 농가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다. 직접 양을 기르고 양젖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며, 힐링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는 이 농가는 파밍보이즈가 농업에 대한 재치 있는 아이템을 떠올릴 수 있게 도왔다.
파밍보이즈는 세계농업일주가 끝난 후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농업일주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들은 모두 자양분이 되어 농업에 새로운 분야를 연결하고, 농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고 있다.
셀카봉으로 오롯이 담은 2년의 세계농업일주, 여행이라기 보단 마치 생존기 같은 이 영화는 우리에게 농업의 소중함으로, 그리고 아름다운 세계 각국의 농업현장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