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새로운 가치
우리 곤충
글 ㅣ 편집부 자료 ㅣ 농촌진흥청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곤충.
하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아직 멀기만 하다.
곤충은 정말 해로운 존재일 뿐일까?
곤충에 대한 선입견을 한 꺼풀 벗겨내면 곤충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곤충산업
곤충은 약 3억5,000만 년에서 4억만 년 전 지구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의 역사가 30만 년 정도이니 인간보다 훨씬 더 이른 시대부터 지구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 곤충은 약 130만 종으로 전체 동물의 80% 가량을 차지하지만, 생김새나 인간 또는 식물 등에 병을 옮기는 해충으로 인식해 거부감을 갖거나 없애야 할 존재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위기, 기아 퇴치, 영양 보충, 환경오염 저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식용곤충을 미래식량자원으로 발표했다. 인류가 시작된 후부터 양잠과 양봉 등으로 인간의 일상생활에 이용해 왔던 것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주목받은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산업화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2월 4일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포되면서 곤충산업 육성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이를 계기로 농촌진흥청을 포함한 국내 곤충연구기관들은 협력 체계를 만들고, 유용 곤충 탐색, 전문기업과 사육농가 육성 등 곤충산업 진흥을 위해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해충방제용 천적, 식물 가루받이를 돕는 화분매개, 식용과 사료용의 농식품 영역, 의약, 환경 정화, 반려, 치유·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곤충산업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21년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곤충산업 규모는 2020년 414억 원 대비 32억 원(7.7%) 증가한 446억 원으로 나타났다. 식용곤충은 231억 원으로 전체의 51.8%를 차지했고, 사료용 곤충은 109억 원(24.4%), 학습·애완곤충은 42억 원(9.4%) 순으로 조사되었다. 2020년과 비교해 사료용 곤충은 17.2%, 식용곤충은 9% 늘어난 수치다. 곤충업 신고 업체는 2020년 2,873개소 대비 139개소(4.8%) 늘어 3,012개소로 나타났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벼메뚜기
항암환자 영양상태 개선에 효과가 있는 고소애
식용곤충의 영양성분과
기능성 성분 주목
우리나라 식용곤충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곤충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아직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곤충이 가진 영양성분과 기능성 성분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식품원료로 등록된 식용곤충 중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는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영양 가치가 높다.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75%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시중에 판매하는 새우맛 과자와 비슷한 맛이 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쌍별이(쌍별귀뚜라미)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감칠맛의 대표 성분인 글루탐산 함량이 13.8%로 높다.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고루 들어 있으며, 장수애(장수풍뎅이 애벌레)는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는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100g당 13g~18g 들어 있다. 예로부터 영양 간식으로 즐겨 먹던 벼메뚜기는 단백질 함량이 100g당 67.8%로 높으며, 「동의보감」에서는 감기, 소아 경기, 허약 체질, 파상풍, 백일해, 해수(기침) 등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는 영양 식품이다.
특히 고소애는 농촌진흥청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공동 연구에서 항암 환자의 건강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췌담도암, 간암 등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44명을 대상으로 고소애 분말을 넣은 셰이크를 8주 동안 복용하게 한 결과, 단백질 섭취율이 20% 증가하여 환자의 회복과 영양지표 개선 효과가 있었으며 세포막 손상을 줄여 항암제 부작용 경감에 효과적이었다.
또한 앞선 연구를 통해 고소애가 항치매, 항염증, 모발 성장 촉진, 항비만, 항당뇨 등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다른 질병에도 고소애를 적용해 과학적으로 입증해 나갈 계획이다. 고소애를 비롯한 식용곤충이 다양한 환자식, 건강기능식품으로 활용된다면 곤충농가 소득 증대와 관련 산업 확대, 국민 건강 향상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서곤충으로
국민 정서 건강 향상 기대
곤충산업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정서곤충을 활용한 치유농업이다. 정서곤충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다는 지속 가능한 농업 틀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곤충으로 스트레스 완화, 자아존중감 향상, 심리적 안정 등을 이룬다. 곤충이 사람에게 유리하면 좋은 것, 불리하면 나쁜 것이 아니라 곤충 그 자체와 인간 정서를 눈여겨 본다. 단순히 곤충을 잡아서 만지며 노는 놀잇감이 아닌 교감할 수 있는 정서 존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곤충 치유프로그램은 곤충의 한 살이를 관찰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는 과정으로 참여자들은 생명존중을 배우고 자아존중감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왕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기억을 되살려 어르신과 치매노인에게도 효과적이다.
이제 곤충은 더 이상 무섭고 해로운 존재가 아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심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고마운 존재다. 곤충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으면 곤충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나라 곤충산업 발전과 산업 경쟁력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곤충을 관찰하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