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심리치료
효과를 증명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지상민 연구사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우리는 치유가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우울감이나 불안의 크기는 다르지만 치유 받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지상민 연구사는
정서곤충을 이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새로운 치유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심리적·육체적 도움을 주는
정서곤충

투명한 곤충사육통 속 왕귀뚜라미 여러 마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때때론 ‘찌르르 찌르르’ 은은한 울음소리를 낸다. 서로 대화라도 하는 걸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상민 연구사는 왕귀뚜라미는 보통 수컷이 암컷에게 사랑을 표현할 때 내는 소리라고 설명한다.
“왕귀뚜라미는 양쪽 날개를 비비면서 리듬을 타듯 소리를 냅니다. 그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자연 속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듭니다.”
농촌진흥청은 종 선발 평가법을 이용해 치유프로그램에 알맞은 정서곤충을 선발했다. 울음소리로 청각을 자극하는 왕귀뚜라미를 비롯해 호랑나비, 누에, 장수풍뎅이가 대표적인 정서곤충에 속한다. 지상민 연구사는 정서곤충을 이용해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정서곤충은 사람에게 심리적, 육체적인 도움을 주는 곤충입니다. 학습애완용 곤충도 포함될 수 있지요. 곤충은 농업에서 봤을 때 아직까지는 해충에 속하는데, 정서곤충은 해를 끼치지 않는 곤충으로 선정합니다. 작물에 해를 입히진 않는지, 사람에게 위험한 독이 있는지 위협을 가하진 않는지 면밀히 연구합니다.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곤충을 고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양잠산업과 지상민 연구사

세계 최초로
곤충 심리치유 효과 밝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서곤충 장수풍뎅이
울음소리로 가을이 온 것을 알렸던 왕귀뚜라미는 어르신에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왕귀뚜라미는 치유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합니다. 특히 어르신은 왕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왕귀뚜라미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울음소리로 반겨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호랑나비는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배추흰나비 한 살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장수풍뎅이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서곤충이다. 크기가 크고 힘이 세서 만지거나 돌보면서 즐거움을 얻고 자아존중감을 높일 수 있다. 1970~80년대 귀했던 누에는 주로 어르신들에게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경기 안성과 전북 순창에 있는 농가를 선정해 농가형 정서곤충 이용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매주 1회씩 10회에 걸쳐 치매 환자 10명, 발달장애인 19명을 대상으로 적용한 결과,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치유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참여자들의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은 모두 감소해 안정화됐다. 우울증 척도는 체험 전 2.09에서 체험 후 1.55로 줄었으며, 행복감 척도는 체험 전 3.38에서 체험 후 3.89로 늘었다. 특히 이번 연구로 곤충 치유프로그램이 일반인뿐만 아니라 치매 어르신과 발달장애인 정서 치유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곤충이 심리치유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관련 연구를 더욱 지속·발전해나간다면, 정서곤충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서곤충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