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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3일 농촌진흥청과 현대자동차·기아는 ‘착용 로봇 기반 농업 발전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이하 현대차·기아)에서 자체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무동력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농업 현장에 적용해 농업인의 건강을 증진하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의기투합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박세헌 책임연구원, 최종규 책임연구원과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촌환경안전과 서민태 농업연구사를 직접 만나봤다.
현대차·기아는 생산현장 근로자가 많은 만큼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현장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근골격계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산업현장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해법으로 산업용 착용 로봇을 개발했다.
2024년 11월 27일 현대차·기아는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를 개최하고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최초 공개했다. 산업현장에서 팔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려야 하는 작업 시 작업자의 어깨 근력을 보조해 주는 장비로, 이를 착용하면 어깨 관절 부담은 최대 60%, 삼각근 활성도는 최대 30%까지 감소한다. 당시 서민태 농업연구사는 엑스블 숄더 출시 기사를 접하고, 이 기술이 농업인의 작업 시 어깨 부담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로보틱스랩으로 연락해 농업 현장에 엑스블 숄더 도입 가능성에 대해 문의했고, 로보틱스랩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협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최종규 책임연구원 “농업 현장과 제조 현장은 반복 작업이 많고 팔과 어깨에 부담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많이 닮았습니다. 또 두 현장 모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요. 그리고 농업인이 어깨 통증 때문에 계속 농사짓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제품이 농업 현장에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농촌진흥청과 협업하게 되었습니다.”
엑스블 숄더가 산업현장의 위보기 작업을 중심으로 개발된 제품인 만큼 농업 현장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농촌진흥청과 로보틱스랩은 농업 현장에서 엑스블 숄더의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현장 공동평가를 시행했다.
위보기 작업이 잦은 대표적인 5작목(사과 배, 복숭아, 포도, 오이) 농업인을 대상으로 위보기 작업 시 어깨 부담 감소 효과 확인을 위한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엑스블 숄더를 입었을 때 어깨 근육 부담이 평균 약 33.37%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농업 현장에서 진행된 테스트 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여름에는 모기떼에 시달려야 했고, 비가 온 후 질퍽해진 땅 때문에 테스트 장비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농업인에게 웨어러블 로봇은 너무 낯선 장비였기에 참여를 유도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박세헌 책임연구원 “농촌진흥청 관계자분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기업 단독으로는 테스트 참여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현장 실증부터 보급 방안논의까지 적극적으로 함께해주셔서 농업 현장 적용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서민태 농업연구사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농업인이 웨어러블 로봇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엑스블 숄더의 장점이나 기능성에 대해서 계속 설명해 드리고, 직접 입혀드리면서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이런 게 도움이 되겠어’, ‘거추장스러워서 못 입어’라고 말씀하셨던 분들이 엑스블 숄더를 체험한 후 ‘너무 편하다’, ‘계속 사용하고 싶다’고 하시며 높은 만족을 표하셨습니다. 또 목 받침이 있으면 좋겠다는 등 농업 적용에 필요한 요소들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규 책임연구원은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농업인이 어깨 통증을 안고 작업하는 모습에서 엑스블 숄더의 필요성을 더 실감하게 되었다. 테스트를 진행하며 농업인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들으며 확인했고, 개인 구매나 정부 차원의 보급을 빠르게 요청받았을 때는 제품 개발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최종규 책임연구원 “현장에서 뵌 농업인들로부터 ‘힘이 덜 들어가고 팔을 받쳐줘서 작업이 훨씬 편하다’, ‘어깨 통증이 확실히 줄었다’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을 때 무척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현장평가 일정이 빠듯해서 점심시간도 없이 실험했는데, 농장주분들이 과일이나 새참을 챙겨주셨습니다. 그때마다 농촌의 따뜻한 정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감사했다는 인사를 한 번 더 전하고 싶습니다.”
농업분야는 작업환경이 다양하고 비정형 작업이 많다. 이러한 환경의 특성상 효과적으로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할 방안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엑스블 숄더처럼 가볍고 사용이 편리한 웨어러블 로봇의 도입을 통해 농업인의 신체적 부담을 완화하고, 안전한 농작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민태 농업연구사 “농업인이 웨어러블 로봇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체험과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추가적인 예산 확보를 통해 신기술보급사업 또는 시범사업 등으로 신속하게 농업 현장에 도입할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농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연구를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로보틱스랩도 엑스블 숄더를 농업 현장에 더 널리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농사에 정말 도움이 된다’는 사례를 하나씩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박세헌 책임연구원 “사실 저는 엑스블 숄더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어깨뿐 아니라 허리, 다리 등 농작업에 부담이 큰 다양한 부위를 돕는 기술로 확장해 더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려 농업 현장의 작업환경을 조금씩 바꿔 나가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농업인을 위해 엑스블 숄더를 한 문장으로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한참을 고민에 잠겨 있던 박세헌 책임연구원이 먼저 “엑스블 숄더가 팔을 올려주는 제품이잖아요. 엑스블 숄더는 농업인의 삶을 한 단계 올려주는 제품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를 들은 최종규 책임연구원이 머뭇거리며 “아버님 댁에 엑스블 숄더 하나 놓아드려야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한마디 속에 농업인을 생각하는 소중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 또한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최종규 책임연구원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해 제품 개선에 반영하고, 로보틱스랩이 지향하는 ‘인류를 향한 진보’라는 비전을 이루는 데 더 박차를 가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농업인 여러분이 덜 아프고,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농업 환경을 만드는 데 로보틱스 기술로 힘을 보태겠습니다.”
농촌진흥청과 로보틱스랩의 이번 협업은 웨어러블 로봇으로 농업인이 덜 아프게 일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농업인의 안전을 지키고, 작업 효율은 높이는 보다 나은 미래 농업 환경을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