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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가게 창업을 꿈꾸던 한 학생은 어느 날, ‘마음에 드는 채소가 없다’는 사실 앞에서 멈춰 섰다.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럼 내가 키워보자.” 그렇게 공주로 내려가 샐러드 채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가 끝내 붙든 건, 채소가 품고 있는 계절의 맛. 그리고 그 철학은 한 문장으로 선명해진다.
“항상 변함없이 신선한 채소로 보답하겠습니다. 당신의 샐러드 파머, 이고은입니다.”
안녕하세요. 공주시에서 샐러드 채소를 재배하는 ‘샐머’ 대표 이고은입니다. ‘샐머’는 샐러드 파머(Salad Farmer)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샐러드 채소를 키우는 농부라는 뜻을 담아 지었습니다.
처음부터 귀농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농대를 나오긴 했지만, 대학 시절에는 ‘샐러드 가게를 창업해볼까’ 하는 꿈이 더 컸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중의 채소들을 먹어보면, 이상하게도 제 마음에 꼭 드는 채소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문득 “그럼… 내가 직접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작은 결심이 결국 귀농으로 이어졌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다르더라고요. 식물에 대한 지식은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필요한 감각과 경험은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기계도 익숙하지 않았고요. 특히 채소를 키울 때 양액(식물에 공급하는 영양분)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게 정말 미세하게 맞아야 하거든요. 초반에는 그 감을 몰라서 작물을 한 번 크게 망친 적도 있어요. 또 이 동네는 까마귀가 많아서, 까마귀가 전봇대에 부딪히면 전기가 끊기는 일도 생기더라고요. 전기가 끊기면 관수도 멈추니 물을 제때 못 주는 상황이 오기도 했고요.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솔직히 많이 막막했습니다.
그럼에도 감사했던 건, 귀농 초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곁에 있었다는 점이에요. 쌈채소 농부로 유명하신 분인데, 저희 하우스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농사를 짓고 계세요. 제가 공주를 귀농지로 정한 이유 중 하나도, 가까이에서 배우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네, 차이가 정말 큽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겪어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이 있잖아요. 그게 현장에서는 큰 힘이 되더라고요. 농촌진흥청에서 운영하는 현장 실습 교육도 그런 면에서 참 의미가 컸습니다. 저는 그 사업을 통해 5개월 동안 선도 농가에서 일도 배우고 교육비 지원도 받았는데요. 초보 농부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느꼈고, 실제로 귀농을 훨씬 수월하게 도와준 경험이었습니다.
네. 공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채소 소믈리에 교육을 받았어요. 이 과정을 통해 채소마다 다른 맛을 감별하고, 그 조화를 찾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내가 키우는 채소가 결국 요리가 될 텐데, 어떻게 키워야 가장 맛있을까?”라는 질문을 더 깊이 하게 됐거든요. 그 경험이 농사에 대한 제 신념에도 꽤 큰 영향을 줬습니다. 그리고 농촌진흥청과 함께한 사업도 많아요. 저온 저장고 설치 지원, 육묘장 설치 지원 등을 받으면서 하우스 운영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청년후계농 사업에 선정돼 3년간 혜택을 받았고요. 융자 지원 덕분에 농장 규모를 키우는 데도 힘이 됐습니다. 또 2026년에는 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사업에도 선정돼, 앞으로는 농장에서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산물은 맛있어야 하고, 예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예쁨’은 ‘때 빼고 광낸’ 겉모습이라기보다, 농산물 고유의 모습을 온전히 지켜낸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키우다 보니 저희 채소는 다른 농장에 비해 비교적 건강하게 자라요. 속도 꽉 채워서 크고요. 예전에 고객분들이 “로메인이 왜 이렇게 커요? 속이 왜 이렇게 꽉 차 있어요?”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어요. 사실 로메인은 30~50cm까지 자라는 키가 큰 작물이거든요. 충분히 키워야 로메인 본연의 맛과 식감이 나오는데, 보통은 출하 속도나 상품성을 생각해 크게 키우지 않는 경우가 많죠. 채소의 고유한 특성에 맞게 키우는 것, 그게 제 신념입니다.
봄·가을은 쌈채소의 ‘황금기’에요. 날씨가 온화하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서 채소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거든요. 이때는 빠르게 자라면서 맛이 극대화되고, 단맛도 가장 잘 올라옵니다. 건강하게 자라기도 하고요.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작물이 위로만 자라려는 경향이 있고 잎이 얇아지기도 해요. 그런데 오히려 잎이 얇고 부드러워서 샐러드로 먹기엔 더 좋은 것 같아요. 햇빛을 많이 받아 영양분도 풍부합니다.
겨울 채소는 단단함이 매력이에요. 잎이 두꺼워지면서 아삭아삭한 식감이 강해지는데요. 겨울 채소는 ‘식감으로 먹는 채소’입니다. 그래서 판매 전에 그 시기에 나오는 채소의 특징을 공지합니다. 농산물은 매번 같은 맛일 수 없고, 또 ‘늘 같은 맛’을 위해 작물의 고유한 특성을 억지로 제한해 키우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름 상추를 흔히 ‘금추’라고 부르잖아요. 채소 값이 금값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저희는 사계절 내내 가격이 같습니다. 저희가 키우기 힘들다고 해서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언제든 원하실 때, 원하시는 만큼 맛있는 채소를 드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또 포기 채소는 속잎을 먹는 채소잖아요. 채소의 연하고 달큰한 속잎을 제대로 만나려면,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출하까지 다른 농장보다 두 배 정도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한 포기를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소비자가 ‘꽉 찬 속’을 가진 채소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이 부분만큼은 타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자주, 꼼꼼하게 살피며 키운다고 자부해요. 어른들이 “농작물은 주인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라고 하시잖아요. 예전엔 ‘진짜 그럴까?’ 싶었는데,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자주 들여다봐야만 보이는 문제들이 분명 있더라고요. 1분 1초라도 더 자주 살피는 것, 그게 샐머 채소가 잘 자라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100%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샐머’에서 주문하시면 전국 어디든 택배로 보내드리고요. 최근에는 아산마트에도 입점했습니다.
제가 키운 채소로 샐머만의 샐러드 밀키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도시 사람들이 방문해 쉬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 농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람들이 또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농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