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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와 과일을 씻을 때마다 고민이 앞선다.
물로만 씻어도 괜찮은지,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더해야 하는지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잔류 농약에 대한 걱정은 세척 과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잔류 농약의 특성과 실제 세척 효과를 바탕으로 흔히 갖는 오해를 짚어보고 품목별로 알맞은 세척 방법을 살펴본다.
건강을 위해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으면서도 혹시 농약이 남아 있지는 않을지 한 번씩 걱정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농약이 농산물에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실제로 농약을 살포했을 때 작물에 직접 작용하는 양은 전체의 5~2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성분은 비에 씻겨 내려가거나 햇볕에 의해 분해되고, 식물의 체내 효소 작용을 거치며 점차 감소한다.
극미량이 인체로 유입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잔류농약은 우리 몸의 대사 작용을 거쳐 소변이나 대변으로 자연스럽게 배설되기 때문에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상적으로 거치는 조리 과정 역시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껍질을 벗기고 씻거나 삶고 데치는 과정만으로도 잔류농약은 대부분 제거되거나 분해된다. 특히 과일은 껍질만 제거해도 농약을 90% 이상 제거할 수 있다.
제도적인 안전망 또한 견고하다. 정부는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를 통해 국내외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된 농약에 한해 잔류 허용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이 없는 농약은 0.01mg/kg(불검출 수준) 이하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식탁은 이처럼 생각보다 꼼꼼한 관리 체계 아래 놓여 있다.
잔류농약 제거 효과는 ‘무엇’으로 씻느냐보다 ‘어떻게’ 씻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돗물, 식초물, 소금물, 숯을 담근 물로 세척했을 때의 농약 제거율은 모두 80%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세척액의 종류에 따른 차이는 미미했다. 오히려 식초나 소금물은 과일과 채소의 영양소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물에 잠시 담갔다가 손으로 가볍게 흔들어 씻고, 마지막에 흐르는 물로 헹구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한 세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추나 깻잎, 쑥갓처럼 주름과 잔털이 많은 잎채소는 구조상 농약이 머물기 쉽다. 이런 채소들은 흐르는 물에 잠시 대는 것보다 물을 받아 담가두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5분 정도 물에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 씻으면 잔류 농약이 대부분 제거된다.
배추와 양배추는 농약이 직접 닿는 겉잎에 잔류농약이 있을 수 있다. 겉잎을 2~3장 떼어내고 흐르는 물에 씻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대파는 뿌리보다 잎 부분에 농약이 더 많이 남는다. 뿌리를 잘라내기보다 시든 잎과 함께 바깥 외피 한 장을 벗겨낸 뒤 세척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오이는 스펀지 등으로 겉면을 문질러 닦은 후 흐르는 물에 헹궈낸다.
딸기는 물에 1분 동안 담근 후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 헹구면 잔류농약이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이때 꼭지 부분에 농약이 잔류하기 쉬우므로 세척을 마친 후에 꼭지를 떼어내야 한다.
사과는 껍질에 영양소가 풍부하므로 물에 1분 정도 담갔다 씻은 뒤 헝겊으로 닦아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단, 사과 꼭지 근처 움푹 들어간 부분은 상대적으로 농약이 많이 잔류하므로 이 부분은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포도는 알을 일일이 떼어내 씻기도 하지만, 송이째 물에 1분 정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헹구는 것으로 충분하다. 포도 표면의 하얀 가루는 농약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과분이므로 안심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