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26 Vol.247

March 2026 Vol.247
그린 Special > 세계로 간 농업혁신

KOPIA,
세계 식량 안보를 일구는 기술의 다리

현대 농업은 단순한 노동의 산물이 아닌 고도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다.
하지만 기술 기반이 약한 개발도상국이 자국 풍토에 맞는 농법을 스스로 개발하고 이를 농가에 보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문제에 주목해 2009년부터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통해 대한민국 농업혁신의 DNA를 전 세계에 심어왔다.

박수인 ㆍ 도움 국제기술협력과 정나라 농업연구사, 국외농업기술과 강수빈 국제협력요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K-농업’의 귀환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 66달러 미만의 최빈국에서 오늘날 3만 6천 달러 시대에 이른 유례없는 국가다. 압축 성장의 밑바탕에는 ‘녹색혁명’을 통해 이뤄낸 식량 자급과 농업기술 축적이 있었다. 당시 농촌진흥청은 국제미작연구소와 손을 잡고 통일벼 종자를 개발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원조를 마중물 삼아 전국적인 토양 조사와 병해충 방제 사업을 전개하며 근대 농업의 기틀을 닦았다. 또한, 체계적인 농촌지도사업을 통해 과학적 영농의 가치를 현장에 뿌리내렸다.

이제 우리는 과거 국제사회가 건넨 따뜻한 도움에 보답하고자, 개발도상국과 빈곤 극복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성공의 경험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그리고 독립국가연합(CIS) 등 21개국에서 각기 다른 기후와 작목 조건에 적합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장에서 답을 찾는 ‘현지 맞춤형’ 혁신 모델

KOPIA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농업 현장에 깊이 들어가는 ‘현장 밀착형’ 지원 방식에 있다. 농촌진흥청은 수십 년간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농업기술 전문가를 파견해, 이들이 연중 현지에 머물며 각국의 농업 여건을 면밀히 살핀다. 전문가는 기후와 토양, 작목 구성 등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현지 연구진과 함께 필요한 농업기술을 고민하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되는 기술은 각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종자를 선발하고, 재배 방식과 관리 기술을 정립하는 데 초점을 둔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농가는 단순한 식량 자급을 넘어 안정적인 판매 수익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아이들의 교육 기회가 확대되고, 농촌 지역 사회 전반의 삶의 질도 점차 높아진다.

농업기술의 확산은 농가 단위에 그치지 않는다. 식량 생산 기반이 강화되면 수원국 정부는 식량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그만큼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농업은 다시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반 산업으로 기능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동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성과는 국제사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KOPI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로부터 농업기술을 통해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가운데 ‘빈곤 퇴치’와 ‘기아 해결’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선진국형 공적개발원조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5천만 명의 식량 안보를 향한 KOPIA의 비전

KOPIA는 그간 축적해 온 개별 과제의 성과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으며, 사업의 규모와 영향력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단순한 기술 전수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의 우수한 농업기술을 100만 ha에 적용해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KOPIA 협력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1단계에서는 수원국의 협력기관과 함께 현지 여건에 맞는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2단계에서는 이를 농가 실증이나 시범마을 조성을 통해 현장에 적용·확산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성과를 기반으로 유관 기관과 협업해 대규모 ODA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구조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KOPIA는 기술 보급을 넘어, 성과가 확산되는 국제개발협력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KOPIA 협력사업은 기술개발, 농가 실증, 시범마을, 사후관리, 라이스피아(벼 우량종자 생산·보급 사업), 패키지 사업 등 총 48개 과제가 활발히 추진 중이다(2026년 기준). 지구촌 빈곤 퇴치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KOPIA의 도전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 희망을 일구어낸 대한민국의 경험과 열정은 앞으로도 전 세계 농촌 현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Vol.247
2026년 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