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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기록의 예술이다. 좋은 사진은 대자연의 깊은 숨결을 담아내고, 현장의 치열함을 되살린다.
사진가 한상무는 누군가 침묵하고 외면해온 사회의 문제 앞에 카메라를 든다.
사진 한 장으로 말없이 세상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사진가 한상무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사진가 한상무는 렌즈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마주해왔다. 유니세프 전속 사진작가로서 아동 인권 현장을 기록했고, 아동 노동과 환경 문제,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사진으로 남겨왔다. 그의 사진은 아름다운 장면을 넘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시대를 비춘다. 사진은 침묵하지 않는다. 말보다 오래 남고, 때로는 세상을 움직인다. 카메라로 시대를 담아내는 사람, 사진가 한상무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사진가 한상무입니다. 프로 사진작가가 된 지 어느새 26년 차가 되었네요. 최근에는 ‘여수·순천 10·19사건’을 재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전시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상업사진을 찍고 있지만 늘 ‘내 사진’, 제가 찍고 싶은 사진을 촬영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약 10~15일 동안 모든 일을 내려놓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내가 왜 고민했지?” 싶을 만큼 너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매년 함께하게 됐고,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아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소통되던 순간입니다. 또 병원에서 아픈 아이를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촬영 내내 아주 밝게 웃던 아이였습니다. 촬영이 끝난 뒤 그 아이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촬영할 때마다 느끼는 건,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해진다는 겁니다. 에이즈로 몸이 아파도, 매일 7시간씩 물을 길으러 다녀도, 플라스틱 공장에서 독성 물질을 마시며 일해도 작은 것 하나에 웃어요. 저는 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상업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상업사진을 찍는 이유는 결국 개인 작업 즉 fine art를 계속 하기 위해서더라고요. 세상에 울림을 주는 사진을 남겨 사람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작업은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보니, 마음만으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1년 중 몇 달은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나머지 시간 동안 본업에 최선을 다합니다.
제가 발견한 문제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 그것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제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 앞에 침묵하던 세상에 제 사진이 메시지를 던진다면, 노동 현장의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학교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제 사진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사진은 직접 말하지 않지만, 렌즈 속 인물들의 얼굴은 분명히 말을 합니다.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질 시간과 문제도 사진으로 남는 순간 회자되기 시작하죠. 그리고 결국, 세상을 바꿔냅니다.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 문제는 심각합니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공장에서 위험한 기계를 다루고, 방독면 하나 없이 신발 밑창을 붙이거나 쇳가루를 뒤집어쓴 채 쇠를 깎기도 하죠. 저는 「Portrait of Child in Dhaka」 프로젝트를 통해 혹독한 노동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환경 문제를 다룬 「From the Sea」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바닷가에서 주운 투명한 유리 조각이 파도에 깎여 둥글고 아름다운 형태가 된 것을 보며, 인간의 폐기물이 자연의 힘으로 정화되는 과정을 떠올렸고, 쓰레기를 예술로 승화해 환경오염 문제를 반어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내면과 본모습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나이가 어려도 진중한 분위기를 지닌 친구가 있고, 연세가 지긋하셔도 귀엽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지닌 할머니가 계십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실제로 그 인물의 매력에 빠지기도 하죠. 피사체와 사랑에 빠진 사진가의 애정이 담긴 사진이라 사랑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네. 실제로 시리즈 도서 『식당의 발견』을 통해 여러 지역을 다니며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각 지역의 농부와 농산물 촬영도 많이 했습니다. 촬영을 하면서 느낀 건, 가장 좋은 식재료가 최고의 맛을 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특정 계절이 되면 떠오르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강원도 산자락의 향을 가득 품은 홍천 두릅, 한여름 햇살의 영양이 꽉 찬 여주 가지, 단풍보다 더 예쁜 구례 단감, 겨우내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해남 봄동의 영양과 맛은 따라갈 맛이 없죠. 제철 농산물은 크기도, 모양도 얼마나 알차고 예쁜지 모릅니다.
3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로, 최고의 조명은 햇빛입니다. 자연광이 드는 장소에 작물을 내려놓고 촬영하세요. 두 번째는 작물의 신선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물을 살짝 뿌려주세요. 밭에서 막 따온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반사판 활용입니다. 폼보드나 흰 우드락 하나 사셔서 반사판으로 활용해보세요. 사진이 확 밝아 보입니다.
대한항공 『모닝캄』 매거진 작업을 하며 우리나라의 농산물을 세계에 알리는 촬영을 오랜 시간 해왔습니다. 그 작업을 하면서 각 지역의 제철 농산물 사진이 아카이브로 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촌진흥청에서는 계속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고, 기후 변화에 따라 지역의 특산물이 바뀌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리 농산물의 기후 변화에 따른 지리적 이동과 역사를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