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6 Vol.251

July 2026 Vol.251

그린 Culture > 고서 탐구

고영 ㆍ 감수 파속채소연구센터 최철우 농업연구사

작가 약력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고전문학 작품 번역과 해제 및 음식문헌 읽기와 정리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경향신문 기명 칼럼 「고영의 문헌 속 밥상」을 연재하고 있다.



“남새밭을 가꿀 때에는 밭을 최대한 평평하고 반듯하게 해야 하고, 밭의 흙은 최대한 잘게 부수고 깊게 파 분가루처럼 부드럽게 해야 한다. (중략) 아욱 한 이랑, 배추 한 이랑, 무 한 이랑씩은 있어야 하고, 가지와 고추 따위도 각각 이랑이 나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마늘 가꾸기, 파 가꾸기에 가장 힘을 써야 한다. 미나리도 가꿀 만하다. 한여름 농사로는 오이만한 것이 없다(治圃須令極平極方正, 而治土極細極深, 鬆軟如粉. (중략) 葵一區菘一區蘿菔一區, 如紫茄辣茄之屬, 各宜區別. 然種蒜種葱, 最宜致力. 芹亦可種. 三夏之農莫如瓜).”1)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장남 정학연(丁學淵, 1776~1858)과 차남 정학유(丁學游, 1786~1855) 두 아들에게 유배지 강진에서 부친 편지 속의 한 구절이다. 쉽게 말해, 밭을 고르고 흙을 곱게 다진 뒤, 여러 채소 가운데 특히 마늘과 파를 정성껏 심으라는 뜻이다. 멀리 떨어져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아비의 집안 걱정, 살림살이 걱정이 한가득 담겨 있다. 그 걱정 끝에 불러낸 집 앞 남새밭 가꾸기가 이러하다. 살아가야 하니 기본 채소 농사와 여름 오이 농사를 돌보아야 한다. 가장 힘쓸 일로는 ‘마늘 심기, 파 심기’를 당부했다. 이렇게 봄날과 초여름에 밭을 돌보아야 한여름을 잘 날 수 있고, 나아가 가을걷이와 겨울 갈무리를 기다릴 수 있다고 여겼다.




양념의 중심, 마늘
마늘 없는 밥상 없다

그때나 오늘이나 왜 마늘인가.2) 요컨대 한국은 이 경지 면적에, 이 인구에 마늘 생산량은 세계 5위권에 들어가는 마늘대국이다. 1인당 연간 마늘 소비량 또한 중국·방글라데시·러시아·인도네시아와 함께 세계 상위권에 드는 것으로 집계된다.

재배 마늘의 기원지는 중앙아시아다. 서역을 통해 중국으로 전해졌고, 중국에서 한반도로 퍼졌다. 적어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3)

어떻게 먹고 있기에 그럴까. 국, 탕과 찌개에 맛을 낼 때, 마늘은 조미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마늘 뺀 김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또는 마늘 자체가 주재료가 되는 마늘장아찌를 늘 먹는다. 삼겹살 등 한식 고기구이에 마늘이 빠지는 법은 없다. 무엇보다 한식의 모든 양념에 마늘이 들어간다. 양념이란 음식의 모자라는 맛을 보충하거나 본연의 맛을 북돋는 조미료와 주재료의 좋은 맛과 향은 살리고 좋지 않은 것은 상쇄하는 향신료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파, 마늘, 깻잎, 고추 같은 향신료와 간장, 된장, 고추장, 식초, 조청 같은 조미료를 포괄한다.4)

밥은 쌀을 비롯한 곡물로 짓는다 치고, 그런데 밥을 제대로 먹기 위해 밥상을 차리자면 반드시 국탕과 찌개와 반찬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온갖 양념이 뒤따른다. 마늘은 이 짜임새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존재이다. 한국인의 밥상을 떠올리면, 남새밭을 가꾸며 마늘과 파 돌보기에 공을 들이라는 가장의 당부가 공연한 잔소리일 수 없다. 양념거리 없이는 밥상도 없으니까.




고농서 속
마늘의 자리

이만한 작물이니 조선의 농서 치고 마늘을 표제어로 잡지 않은 책이 없다. 조선 세종 때부터 세조 때까지 약 30년 동안 전의감(典醫監)5)에서 일한 의관 전순의(全循義)가 엮은 『산가요록(山家要錄)』은 마늘(蒜)6)을 표제어로 잡고, 마늘은 기름지고 부드러운 땅에 심는 것이 좋다. 희고 부드러운 땅에 심으면 마늘이 달고 맛있고 마늘쪽이 크다고 했다.

이어 마늘의 품질은 검고 부드러운 땅에 심은 것이 그다음이고 단단한 땅에서 심은 마늘은 맵고 마늘쪽이 작다고 했다. 일등 농사꾼은 토양부터 살핀다. 땅 못 보고 결실만 바라는 농사꾼은 삼등, 사등이다. 뒤집어 읽으면, 마늘이란 토양부터 따질 줄 아는 일등 농사꾼이 짓고 돌보아 마땅한 소중한 작물이었다. 『산가요록』은 또한 음력 9월에 마늘을 심어 이듬해 음력 2월부터 김매기 등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것으로 기록했다. 이는 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난 뒤, 적어도 6월 안에는 거두는 오늘날의 한반도 마늘 농사의 한 주기와도 맞아떨어진다.

박세당이 편찬한 『색경(穡經)』 중 마늘[蒜] 항목. 조선 시대 표기는 ‘마ᄂᆞᆯ’ 이었다.
ⓒ미국 버클리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 소장


대학자 박세당(朴世堂, 1629~1703)7)이 편찬한 농서 『색경(穡經)』의 마늘(蒜) 항목 또한 『산가요록』의 토양, 파종에 관한 정보의 흐름을 이어받고 있다. 더하여 음력 6월에 더욱 주의해 돌보아야 할 작물로 녹두·이른 무·늦오이·순무·월동 대파 등등과 함께 마늘을 손꼽았다. 한편 허균(許筠, 1569~1618)은 마늘을 심는 적기를 음력 8월 초순으로 보았다. 이때에도 비옥한 땅에 심어야 한다는 한마디를 빠뜨리지 않았다.8)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의 『산림경제(山林經濟)』 속 마늘 관련 기록도 흥미롭다. 애지중지 심고 가꾸어 거둔 마늘을 어떻게 활용할까. 향신료 또는 조미료 또는 양념거리는 기본이다. 마늘종(蒜薹) 또한 잘 써야 할 것 아닌가. 음력 5월이면 살지고 연한 마늘종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소금물에 데쳐 볕에 말렸다가, 조리할 때 끓는 물에 넣어 부드럽게 풀어 양념해서 먹으라고 했다.

소금물에 데치기! 오늘날 마늘종 반찬을 만드는 누구나 아는 방식이다. 여기다 고기를 더해 조리하면 더욱 맛이 좋다고도 했다. 가지와 어울린 마늘가지지(蒜茄), 오이와 어울린 마늘오이지(蒜黃瓜), 동아와 어울린 마늘동아지(蒜冬瓜) 또한 동북아시아의 고전적 지식을 인용해 설명했다. 또한 익숙한 마늘 활용법이다.

“고추·가지·파·마늘을 / 색색이 구별하여 / 빈 땅 벗이 심어 놓고 / 갯버들 베어다가 / 개바자(갯버들 가지로 엮은 울타리) 둘러막아 / 계견(鷄犬, 닭과 개)을 방비하면 / 자연히 무성하리.”




아버지의 당부대로

정학유가 남긴 『농가월령가』의 ‘3월령’ 속 한 대목이다. 읽다가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아들자식이 어디 편지 한 장에 아버지의 말씀을 다 받들었을까? 하지만 가장 노릇을 하게 된 다음에는 아버지와 똑같은 소리를 하게 되었다. 농업 경영상 남 가르칠 궁리도 해야 한다. 그것도 월별로 노래까지 읊어가며. 『농가월령가』는 이 밖에 음력 3월 밭에 심겨 있어야 할 작물로 호박·박·동아 무·배추·아욱·상추 등도 손꼽았다.

그 속에 마늘의 자리가 있었다. 겨울나기 농사를 짓고, 새봄과 초여름 사이에 아등바등해서, 마늘 한 쪽이라도 먹고 살았다. 마늘 썰고, 찧어 김치 담그고 나물 무치고 반찬 만들어 밥상을 차렸다. 예부터 한국인의 조상은 이렇게 마늘을 가꾸고 일상생활을 가꾸었다. 그 손맛과 감각은 오늘날 우리의 밥상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01 정약용,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제21권
02 마늘(Allium Sativum)은 수선화과-부추아과-파족-파속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재배종은 한지형과 난지형이 있다. 한지형은 우리나라 재배종으로 중북부 지방에서 재배된다. 난지형은 대부분 중국에서 도입된 ‘남도’와 스페인 도입종인 ‘대서’가 있으며, 주로 남부 지방에서 재배된다.
03 농식품정보누리, 농촌진흥청 참조
04 정혜경, 신다연, 『양념의 인문학』, 따비, 2026
05 왕실과 중앙의 약재와 진료를 관장하던 기관.
06 ‘산(蒜)’은 마늘을 뜻하는 대표적인 한자이다. 그런데 이 글자는 마늘처럼 알싸하고 아린 내를 피우는 달래, 파, 부추 따위를 두루 일컬을 때도 쓰인다. 예컨대 ‘소산(小蒜)’은 달래이다. 중국 대륙에 자생했던, 마늘 비슷한 식물 또는 작물에는 산산(山蒜) 또는 야산(野蒜) 등의 이름이 이미 붙어 있었다. 그러다 서역을 통해 보다 씨알이 굵은 재배종 마늘이 들어온 뒤로, 오늘날 우리가 먹는 마늘에는 호(葫) 또는 호산(胡蒜) 또는 대산(大蒜) 등의 이름이 따로 붙게 된 것으로 보인다.
07 박세당은 정통 성리학자 송시열을 깎아내렸다는 이유로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려 삭탈관직을 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학문의 장에서 치열하게 살다 간 인물이다.
08 허균, 『한정록(閑情錄)』, ‘치농(治農)’



Vol.251
2026년 0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