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6 Vol.251

July 2026 Vol.251
그린 Poeple > 메이드 인 코리아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바지런농장이
부지런히 걸어온 길

태권도 사범이 어느 날 호미를 들었다. 자녀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김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바지런농장’을 시작한 박미진 대표.
직접 키운 농산물로 미숫가루를 만들고, 생산·가공·체험을 연결하는 6차 산업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농부, 박미진 대표의 바지런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최해진 ㆍ 사진 이준우 ㆍ 추천 농촌지원과 류은혜 농촌지도사

박미진 바지런농장 대표

Q. 바지런농장과 대표님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바지런농장을 운영하는 ‘곰바지런농부’ 박미진입니다. 김제에서 식량 작물인 벼와 콩, 코끼리마늘을 비롯해 아열대 작물인 공심채와 차요테 등 다양한 작물을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어요. 직접 키운 작물은 김제시 농산물가공기술활용센터를 통해 곡류가공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Q. 농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결혼 전에는 한동안 태권도 사범으로 일했어요. 당시만 해도 제 삶은 농업과는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2000년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귀농에 관심이 생겼어요. 양가 부모님 모두 농사를 지으셨기에 낯선 세계는 아니었죠. 어릴 때 농사일을 곁에서 돕기도 했고, 덕분에 저는 먹거리 걱정 없이 자랐습니다. 그 기억이 제 아이들에게도 안전한 먹거리를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수입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던 시기였는데, 그때 결심이 섰습니다. 직접 농사를 짓는 게 낫겠다고요. 귀농을 준비하며 김제지평선대학에 입학했고, 식품가공기능사, 종자기능사, 유기농업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농업에 대한 이해를 차근차근 넓혀 갔죠. 그렇게 준비를 마친 뒤 2013년, 연고 하나 없던 마을에 터를 잡고 바지런농장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벼농사를 짓다 보니 더욱 전문적인 농업 지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어요. 결국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이어 갔죠. 그렇게 십여 년의 시간 동안 배우고 부딪히며, 바지런농장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Q. ‘바지런농장’이라는 이름이 참 인상적입니다.

온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농을 결심한 만큼, 이 일 저 일 바쁘게 움직였지만 마음만큼 성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온 제 모습이 ‘꾸준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뜻의 ‘바지런’과 닮았다 싶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바지런농장이라고 짓게 되었어요.

Q. 미숫가루를 상품으로 선택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나요?

시부모님께서 보리농사를 지으셨어요. 그런데 보리 가격이 낮아 농사를 지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말에 ‘보리로 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숫가루에 보리가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쑥과 가시오갈피 잎을 더한 미숫가루를 만들어 지인들과 나눠 먹었는데, “구매하고 싶다”는 요청이 잇따르면서 본격적으로 제조를 시작하게 됐죠. 어릴 때 생일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쑥개떡, 할머니가 타 주시던 미숫가루의 기억도 컸어요. 그래서 저의 첫 제품이 미숫가루에 쑥을 더한 ‘팔곡미인 美(미)쑥가루’입니다.

Q. 현재 판매 중인 제품들을 소개해 주세요.

크게 농산물과 가공품으로 나뉩니다. 농산물은 콩, 쌀, 건조 대파, 차요테, 코끼리마늘, 코끼리마늘꽃이 있고요. 가공품은 세 가지입니다. 건조 대파를 곱게 갈아 만든 ‘건편한 대파가루’, 8가지 잡곡으로 만든 ‘팔곡미인 美(미)숫가루’, 그리고 거기에 쑥을 더한 ‘팔곡미인 美(미)쑥가루’입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게 권하는 건 역시 ‘미쑥가루’예요. 제 손으로 만든 첫 제품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Q. 바지런농장의 미숫가루와 미쑥가루는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첫째, 곡물 입자를 일부러 조금 굵게 만들었어요. 물이나 우유에 타 마시더라도 곡물을 꼭꼭 씹어 먹는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거예요. 둘째, 증숙·저온건조·저온볶음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속이 편해요. 셋째, 100% 원물 그대로라 담백하고 고소해요. 자극적인 맛이 없어서 소금이나 설탕, 꿀을 취향껏 더해 드실 수 있도록 만들었죠.

Q. 미숫가루와 미쑥가루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도 알려주세요.

시간대별로 추천드리고 싶어요. 아침에는 미숫가루 35g에 물 200ml를 넣어 꼭꼭 씹어 드셔보세요. 곡물의 고소한 맛이 살아나고, 가볍지만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낮에 출출할 땐 미쑥가루 35g에 우유 200ml를 넣어 드시면 속이 든든해지고요. 오후에 지칠 때는 소금을 한 꼬집 넣어서 드셔보세요. 단맛이 은은하게 살아나면서 곡물의 고소함이 더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요거트에 미숫가루를 올려 먹는 걸 좋아해요. 요거트의 달콤함과 미숫가루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잘 어우러져서, 가볍게 먹고 싶을 때나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도 잘 어울립니다.

Q.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고 계신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나요?

가공품을 만들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농업인이 사업가로도 변해야 한다는 거예요. 농사를 짓다 보면 품질이 고르지 않은 작물이 생기기 마련인데,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원재료의 품질이 결과물을 결정하거든요. ‘농업 소득이 우선인가, 안전한 먹거리가 우선인가’ 하는 질문이 늘 따라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저는 언제나 후자입니다. ‘내 가족을 위해 만든다’는 마음으로 좋은 원재료만 사용하죠.

Q. 100% 김제산 원재료를 고집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로부터 김제는 벽골제라는 수로 시설과 드넓은 호남평야를 품은 비옥한 땅이에요. 다양한 작물 재배가 가능한 곳이죠. 처음엔 직접 기른 농산물만 쓰고 싶었지만, 소규모 농업인이다 보니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역 농업인들과 상생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지역 경제와 농업인 소득에도 도움이 되고 싶었거든요. ‘팔곡미인 미숫가루’에는 보리, 멥쌀 현미, 찹쌀 현미, 서리태, 청태, 찹쌀, 흑미, 팥 등 여덟 가지 곡물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김제산 쑥을 더한 제품이 ‘팔곡미인 미쑥가루’이고, 모든 원재료는 100% 김제산입니다.

Q. 곡류가공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김제시 농산물가공기술활용센터로 가져와 가공을 진행해요. 기계를 사용하지만 세척부터 증숙, 건조, 볶기, 분쇄,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하며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죠. 35g 파우치팩 제품을 기준으로 한 번에 최대 700개까지 만들 수 있고, 이틀 정도 소요돼요. 2022년부터 농산물가공기술활용센터를 이용하면서 제품 개발 컨설팅도 받았는데, 특히 용기와 스티커 디자인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Q. 소비자 반응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지인 한 분이 시골에서 농사짓는 아버지께 미숫가루를 선물했는데, 평소 어떤 선물을 드려도 별말씀이 없으시던 분이 “속이 편하고 좋다”며 다시 주문해 달라고 하셨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아요. 농장을 운영하다 보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고, 경제적으로 버거운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제품을 드신 분들이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말해 주실 때면, ‘이 일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Q. 앞으로 바지런농장이 어떤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바지런농장은 생산과 가공, 체험이 이어지는 6차 산업 농장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차요테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아빠와 아이가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주로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올 수 있어요. 시골에 관심 있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농어촌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진행한 적도 있는데, 직접 채소를 수확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활동이었어요. 이를 더욱 확대해 1차 생산, 2차 가공, 3차 체험을 아우르며,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농장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Vol.251
2026년 0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