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026 Vol.251

July 2026 Vol.251
그린 Special > 세계로 간 농업혁신

가뭄과 병해충을
넘어,
우간다 농촌에
자립의 씨앗을 심다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으로 ‘아프리카의 진주’라 불리는 우간다.
그러나 반복되는 가뭄과 병해충, 낙후된 재배기술은 농촌의 가능성을 오랫동안 가로막아 왔다.
농촌진흥청 KOPIA 우간다 센터는 향미벼, 무병 씨감자, 오렌지 시범마을 사업을 통해 현지에 맞는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농민이 스스로 이어갈 수 있는 생산 기반을 만들어 왔다.
기술이 농가를 바꾸고, 농가가 공동체를 바꾸는 우간다 농업 협력의 현장을 전한다.

최해진 ㆍ 자료 제공 및 검토 국외농업기술과 이종안 농업연구사, 강수빈 국제협력요원

가능성은 컸지만 기술이 부족했던 농업의 나라

우간다는 농업 의존도가 높지만 생산성은 낮은 나라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농업은 우간다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며 전체 인구의 약 70%에게 생계 기반을 제공한다. 국가 수출액의 절반 가까이가 농·축산업에서 나올 만큼 농업은 우간다 경제의 근간이다. 더욱이 해발 1,100m 고원지대의 비옥한 토양과 연중 16~30도의 온화한 기후까지 갖췄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낙후된 재배기술과 관개시설 부족, 반복되는 가뭄과 병해충 피해가 농업 생산성을 수십 년째 짓눌러 왔다. 대부분의 농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방식에 의존해 씨앗을 심고, 농기계 없이 손으로 수확한다. 우간다 정부가 2007년 발표한 ‘우간다 비전 2040’에서 농업 생산성 향상과 상업적 농업으로의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것도 이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 장벽을 함께 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나섰다. 2013년 우간다 국립농업연구청(NARO)과 협력해 문을 연 코피아(이하 KOPIA) 우간다 센터는 지금까지 14개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농업전문가 22명을 파견하고 8,666명의 농업인을 교육했으며 29권의 영농 교재를 발간했다.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니었다. ‘기술 개발–현장 실증–시범마을 확산’이라는 3단계 전략 아래 현지 맞춤형 기술을 개발하고, 농민 조직을 재편하며, 지역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향미벼와 못줄 이앙, 소득을 두 배로 키우다

우간다에서 쌀은 주요 식량이지만 자급률은 68.5%에 불과하다. 생산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재배 품종 역시 향기가 없는 비향미벼에 치우쳐 시장 경쟁력도 낮았다. KOPIA 우간다 센터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NARO와 공동으로 일반미보다 시장 가격이 1.5배 높은 향미벼 품종 ‘NARORICE 1’과 ‘KAFACI-39’를 육성하고 시범 재배를 추진했다. 종자만 바꾼 것이 아니었다. 한국식 손 이앙 못줄 시스템을 도입해 모 간격과 재식 밀도를 균일하게 맞추고, 공동 재배 체계까지 구축했다. 생산성과 소득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우간다 도호(DOHO) 농민조합 조합원 1만 명 가운데 1,000명을 선정해 100개 소그룹으로 조직하고, 종자 증식과 기술 공유가 가능하도록 협업 구조를 설계했다. 종자와 비료, 농기자재를 지원하는 동시에 농민들이 직접 종자를 선별·증식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도 병행했다. 외부 지원이 끊겨도 스스로 굴러가는 생산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결과는 분명했다. 시범사업 참여 농가의 벼 수확량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농가 소득은 132% 상승했다. KOPIA 우간다 센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종자 생산왕 선발대회’와 ‘농민의 날’ 행사를 열어 우수 농가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체 협력을 유도했다. 한국 농촌의 공동체 문화에서 착안한 이 방식은 농민들의 자부심과 건강한 경쟁심을 동시에 자극했다. 기술 전수가 생산량 증가를 넘어 농촌 공동체의 변화로 이어졌다.


오렌지 나무 아래 빗물을 모으다

우간다 동북부 테소 지역은 약 1만 2,000여 농가가 오렌지 재배로 생계를 잇는 주산지다. 그러나 2015년부터 반복된 가뭄과 원인 모를 병해로 오렌지 생산량이 50% 이상 급감하고, 나무가 말라 죽으며 과수원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했다. 무엇이 나무를 죽이는지조차 몰랐다.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감수하며 버텼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KOPIA 우간다 센터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120만 달러를 투입해 테소 아라파이·아튜튜·음바레 3개 지역에서 오렌지 시범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한국에서 긴급 초빙한 전문가들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범인은 오렌지 반점병이었다. 전 생육기에 걸쳐 잎과 과실에 반점을 만들며 수확량을 절반으로 깎는 이 병은 적절한 방제 기술만 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약제를 실험한 끝에 방제율 90% 이상에 가격도 합리적인 카벤다짐을 비롯한 4종류의 약제를 선발해 농가에 신속히 보급했다.

오렌지 과수원에 조성된 빗물 유인로


물 문제도 해결했다. 우간다는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지만 인공 관개 농가가 드물어 대부분의 농경지가 빗물에 의존한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해지자 오렌지 나무들이 속절없이 고사하기 시작했다. KOPIA 우간다 센터는 발상을 바꿨다. 빗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빗물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마을 입구부터 과수원까지 빗물 유인로를 만들고 모든 오렌지 나무 아래 원형 저수 시설을 설치한 후, 그 위를 가축분뇨와 식물로 덮어 보수 효과를 증진하는 ‘1나무 1저수 시스템’을 고안해 설치했다.

성과는 수치로 증명됐다. 3개 시범마을 140곳 농가의 오렌지 생산량은 186% 증가했고, 3년 차 농가 소득은 평균 309% 뛰어올랐다. 반점병 발병률은 70%에서 2%로 격감했으며, 농가 과수원 면적과 나무 개체 수도 17% 늘었다. 소득이 오르자 삶도 달라졌다. 시범 농가 140곳 중 76%가 전통 가옥에서 현대식 주택으로 전환했다. 생계를 위한 농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24년부터는 테소 전 지역으로 기술 확산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2025년 세계정부정상회의(World Government Summit)에서 ‘Global Future Fit Award’를 수상하며 국제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오렌지 시범마을 사업은 KOPIA 협력이 단순한 생산기술 지원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병해 관리, 농가 소득, 생활환경 개선을 동시에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무병 씨감자로 감자 농사의 악순환을 끊다

우간다 고산지대에서 감자는 중요한 식량 작물이지만, 씨감자의 품질과 종자 공급 체계는 오랫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농민들은 매년 시장에서 씨감자를 구입해야 했고, 품질 편차가 커 생산량도 불안정했다. 병해충에 감염된 씨감자가 반복 사용되면서 수확량 감소가 악순환처럼 이어졌다.

KOPIA 우간다 센터는 무병 씨감자 생산기술을 현지 환경에 맞게 개량하고, 병해충 차단을 위한 망실하우스(격리 재배시설)를 구축했다. 화분 배양기술로 건강한 씨감자를 생산해 보급한 결과, 2024년 기준 감자 수확량은 헥타르당 13톤으로 78% 증가했고 종자 공급량도 116.6톤까지 확대됐다.

씨감자 쪼개심기 기술은 현지 농가의 경제적 부담까지 낮췄다. 하나의 씨감자를 절단해 심는 이 방식은 동일한 종자량으로 재배 면적을 2~4배 늘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기술은 이제 우간다 농업 현장의 실용적 해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원을 넘어, 스스로 굴러가는 농업으로

KOPIA 우간다 센터의 협력은 완성된 기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현지 연구기관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농가 현장에서 실증한 뒤, 시범마을을 통해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성과는 수확량 증가에 그치지 않고 농민 조직, 종자 생산체계, 생활 기반의 변화로 이어졌다.

성과는 단순한 생산량 증가에 머물지 않는다. 향미벼로 소득을 높이고, 무병 씨감자로 종자를 자급하며, 오렌지 나무 아래 빗물을 저장하는 기술은 우간다 농촌에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남겼다. 지원이 끝난 뒤에도 농민이 기술을 이어가고, 개별 농가를 넘어 공동체가 지속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우간다에서의 농업 협력은 이제 새로운 국제 협력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현지 기관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농민 조직을 육성하며, 지역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우간다 국립농업연구청의 존 아드리코 박사가 2022년 국무조정실 주관 국제개발협력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은 이러한 협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KOPIA 우간다 센터가 남긴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간다 농촌이 스스로 다음 농사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이다.




Vol.251
2026년 0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