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6 Vol.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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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Life > 혜택의 발견

배고픔엔 증명서가
필요 없습니다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한 끼가,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막막한 현실로 다가올 때가 있다.
당장의 끼니를 걱정하는 이웃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를 따스하게 비추기 위해 지난 2025년 12월 특별한 공간이 문을 열었다.
복잡한 절차 없이 기본적인 먹거리를 건네는 곳, 먹거리 기본 보장 코너 ‘그냥드림’이다.

장유정 ㆍ 참고 자료 보건복지부

필요한 순간에 먼저 닿는 지원

절박한 순간일수록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일은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경제적 어려움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간의 제도는 종종 사정을 먼저 설명하고 증명할 것을 요구해왔다.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그냥드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생계가 어려운 국민이라면 누구나 별도의 신청 없이 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일부 지방정부가 추진하며 성과를 보였던 모델을 중앙정부 차원의 민관 협력 모델로 정교하게 다듬어 확산시킨 결과다.

사업의 본질은 단순히 물품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금 당장 필요한 한 끼’를 보장함과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더 깊은 위기를 포착해 적절한 복지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복적인 방문이나 상담을 통해 위기 징후가 확인되면 읍·면·동 맞춤형복지팀과 연계하여, 위기가구가 고립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보호 체계를 가동하는 구조다.

생계가 어려운 국민 누구나

지원 대상의 폭은 넓고 다정하다.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까다로운 소득 증명 대신 1인당 3~5개 품목으로 구성된 약 2만 원 상당의 먹거리·생필품 패키지가 제공된다. 쌀과 즉석밥, 라면부터 참치캔, 카레 같은 먹거리는 물론 휴지와 세제 등 일상의 필수품이 포함되며, 구성 품목은 지역별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된다.

이용자는 거주지 내 푸드마켓이나 푸드뱅크,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관 등에 설치된 ‘그냥드림’ 코너를 방문하면 된다. 2025년 12월 56개소로 시작된 이 코너는 현재 전국 120여 개소 이상으로 확대되어 운영 중이다. 이후 성과를 바탕으로 운영 지역을 점차 넓혀갈 예정이며, 미등록 이주민이나 범죄 피해자처럼 행정적인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현장 판단에 따라 거주지 외에서도 지원받을 수 있다.

간단한 절차, 더 촘촘한 연결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절차는 간단하지만, 위기를 살피는 구조는 촘촘하다는 점이다. 1차 이용 시에는 성명과 연락처 등 기본적인 정보만 확인한 뒤 즉시 물품을 지원한다. 까다로운 심사나 긴 설명보다 당장 필요한 도움을 우선 건네는 방식이다.

2차 이용부터는 현장 인력이 기본 상담을 진행한다. 이용자의 건강 상태와 경제적 상황, 추가 지원 필요성 등을 세밀하게 살핀다. 더 깊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에 연계해 공적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기본 상담을 거부하더라도 2차까지는 이용할 수 있지만, 3차 이용부터는 상담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단순한 반복 지원에 그치지 않고, 이용 과정에서 드러나는 위기 징후를 포착해 복지 체계와 연결하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를 발굴하고 공적 복지 체계 안으로 안전하게 안착시킨다.

3차 이용부터는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의 추가 상담을 거쳐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이용 횟수는 월 1회 등 지역별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존 푸드뱅크·마켓 이용자는 원칙적으로 중복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희망할 경우 기존 이용 횟수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조정된다. 사업장별 물품 재고와 인력 상황을 고려해 하루 최대 지원 횟수를 설정할 수 있고, 대기자가 많을 경우에는 대기자 명부를 작성해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등 지역 여건에 따라 운영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를 좁히는 사회 안전망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의 또 다른 의미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의 통로라는 데 있다.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이용자, 상담 과정에서 위기 징후가 확인된 이용자, 긴급한 생활 어려움이 감지되는 가구는 지자체 맞춤형복지팀과 연계돼 공적 급여 신청, 사례관리, 추가 복지서비스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라면 한 봉지와 휴지 한 묶음을 건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생활고와 돌봄 공백, 고립의 문제를 발견해 제도권 복지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민관 협력의 힘도 든든하다. 2025년 11월 보건복지부와 신한금융그룹 등 4개 기관이 맺은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지원 규모를 1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하며 힘을 보탰다. 정부는 2026년 4월까지의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5월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신속하게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연내 300개소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한 끼의 나눔은 한 사람의 오늘을 지탱하고, 다시 일어설 마음의 여유를 만든다. ‘그냥드림’은 배고픔 앞에 선 이웃에게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건네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정하지만 분명하게 묻고 있다.




Vol.248
2026년 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