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6 Vol.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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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Life > 농산물 팩트 체크

생채소가 좋을까,
데친 채소가 좋을까

비타민 살리고 흡수율 높이는
채소별 최적의
섭취 공식

흔히 ‘채소는 생으로 먹어야 영양이 온전히 살아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양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정교하다.
어떤 채소는 날것일 때 본연의 가치가 빛나고, 어떤 채소는 열을 가했을 때 비로소 숨겨진 영양소를 더 잘 내어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채소마다 다른 성분과 특성에 맞춰 알맞은 조리법을 선택하는 데 있다.

장유정 ㆍ 참고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삼성서울병원

비타민C 보존이 목적이라면 ‘생식’

생채소의 가장 큰 장점은 열에 약한 수용성 영양소를 비교적 잘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성분이 비타민C다. 비타민C는 열과 물에 민감해 끓는 물에 삶거나 오래 가열할수록 손실되기 쉽다. 실제 연구에서도 조리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타민C 보존율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비타민C가 풍부한 파프리카, 피망, 양배추, 적채 등은 샐러드나 생채처럼 날것에 가까운 형태로 먹는 것이 유리하다. 아삭한 식감도 살릴 수 있고, 열에 약한 성분 손실도 줄일 수 있어서다. 다만 생으로 먹는 채소는 무엇보다 세척이 중요하다. 물에 잠시 담갔다가 헹구거나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잔류 농약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척제를 사용할 때는 과일·채소용 제품인지 확인하고, 사용법에 따라 깨끗이 헹궈야 한다.

가열했을 때 영양 흡수가 좋아지는 채소들

반대로 조리를 했을 때 오히려 영양소 흡수율이 높아지는 채소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토마토다.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은 가열하거나 기름과 함께 조리했을 때 체내 이용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생토마토만 먹었을 때보다 올리브유를 곁들이거나 익혀 먹었을 때 혈중 라이코펜 수치가 더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토마토소스나 토마토 볶음처럼 익힌 형태가 생토마토와는 또 다른 장점을 지닌 이유다.

당근도 마찬가지다. 당근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지용성 성분으로 기름과 함께 조리할 때 체내 이용률이 높아진다. 삼성서울병원 등 전문 기관에서도 당근의 베타카로틴 흡수를 돕기 위해 기름을 활용한 조리법을 권한다. 당근을 무조건 생으로만 먹기보다 살짝 볶거나 구워 먹는 편이 영양학적으로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브로콜리는 조리 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채소다. 항암 성분으로 잘 알려진 설포라판은 너무 오래 삶으면 관련 효소가 비활성화 돼 손실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브로콜리는 물에 넣고 오래 삶기보다 1~3분 정도 짧게 찌는 방식이 설포라판 형성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브로콜리를 조리할 때는 ‘얼마나 익히느냐’가 핵심이다.

데친 채소, 소화가 편하고 섭취량이 늘어난다

채소를 데치거나 익히면 질긴 세포벽이 부드러워지면서 소화와 흡수가 한결 수월해진다. 이는 소화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 위장이 예민한 사람에게 특히 큰 장점이 된다. 또한 일부 지용성 성분은 조리 과정에서 지방의 도움을 받을 때 흡수가 더 잘될 수 있어, 조리 자체가 영양 이용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실용적인 이점도 분명하다. 잎채소는 데치면 부피가 확 줄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많아진다. 비타민C가 일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전체 섭취량이 늘어나면 식이섬유와 여러 미량 영양소를 더 충분히 섭취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금치와 근대 같은 잎채소의 질산염도 데치는 과정에서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채소 섭취의 이점이 질산염의 잠재적 위험보다 크다고 평가하고 있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데치기라는 조리법이 영양과 안전 면에서 실용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드시 가열해서 먹어야 하는 채소

주의할 점도 있다. 모든 채소를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릅, 원추리순, 고사리 등 일부 산나물은 독성 성분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 먹으라고 안내한다. 산나물이나 봄나물을 먹을 때 ‘날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생채소와 데친 채소 가운데 어느 한쪽이 무조건 더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타민C처럼 열에 약한 성분은 생으로 먹을 때 강점이 있고, 라이코펜이나 베타카로틴처럼 조리했을 때 흡수율이 높아지는 성분도 있다. 여기에 소화의 편의성, 실제 섭취량, 식품 안전성까지 함께 고려하면 답은 한층 분명해진다. 채소별 성분에 맞는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채소 섭취의 핵심이다.






Vol.248
2026년 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