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6 Vol.248

April 2026 Vol.248
그린 Life > 힐링 플레이스

100만 송이
튤립의 초대
올봄, 순천으로
떠나야 할 이유

봄이 깊어질수록 남쪽의 풍경은 한층 느긋해진다. 바람은 부드럽고 길은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이어진다.
어느새 발걸음도 그 흐름에 맞춰 느려진다. 바람과 물, 숲이 여행의 속도를 대신 정해주는 곳, 전남 순천이다.
이제 봄의 한가운데로, 순천만을 따라 여유롭게 걸어 보자.

박수인 ㆍ 사진 제공 순천시청

4월의 순천은 계절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찬란한 생동감이 모인 거대한 정원이다. 대한민국 대표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이 긴 겨울의 단장을 마치고 100만 송이 튤립과 함께 더욱 풍성한 봄 풍경을 펼쳐 보인다. 올해는 예년보다 두 배 늘어난 60종의 구근 식물이 정원 전역을 물들이며 순천을 거대한 꽃대궐로 만든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100여 명의 정원사가 묵묵히 심고 가꾼 생명의 힘이 지금 이 계절, 순천을 찾는 이유가 된다.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여행을 넘어, 정원은 오감을 채우는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테라피 가든에서는 정원의 향을 담은 디퓨저와 향수를 조향하거나 아로마 미스트를 만들며 깊은 휴식에 잠길 수 있다. 또 스트레스 지수를 점검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은 분주한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선물과 같다.

세계 각국의 전통 정원을 비롯한 다채로운 테마정원의 선명한 색채를 감상하고 스카이큐브에 올라 연둣빛 순천만 습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 보자. 장터의 넉넉한 인심이 기다리는 국밥거리까지 여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일 년 중 가장 화사한 얼굴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4월의 순천. 지금 이 계절, 정원에서 시작된 봄의 풍경이 도시 곳곳으로 천천히 번져가고 있다.




산책플레이스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조성된 순천만국가정원은 전남의 대표 여행지가 됐다. 926,992㎡(약 28만평)의 넓은 부지에 국가별 정원 양식을 만나볼 수 있는 세계정원과 다양한 주제를 담은 테마정원이 펼쳐져 있다.
정원과 습지를 한 번에 둘러볼 계획이라면 소형 경전철 ‘스카이큐브’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정원에서 습지로 이동할 때 체력을 아끼고, 습지 산책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정원은 ‘보는 즐거움’이 크고, 습지는 ‘걷는 즐거움’이 크다. 두 곳을 이어 붙이면 하루가 모자랄 만큼 밀도가 높아진다.

ㆍ위치 전남 순천시 국가정원1호길 47
ㆍ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ㆍ입장료 10,000원(성인 기준, 오후 5시 이후 5,000원)
ㆍ문의 061-749-3114(순천시3114온누리콜센터)

바람이 길이 되는 곳,
순천만습지


순천만습지는 넓게 펼쳐진 풍경 속에서 마음이 자연스레 고요해지는 공간이다.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히는 이곳은 22.6㎢(약 683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과 5.4㎢(약 163만 평) 규모의 갈대 군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싱그러운 연둣빛 새순이 돋은 갈대밭 사이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발밑의 땅이 갯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해 질 무렵이면 물길이 빛을 머금어 S자 형태로 굽이치고, 갈대는 바람의 방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진보다 눈으로 오래 담아두고 싶은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ㆍ위치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ㆍ운영시간 오전 8시~오후 7시(월별 상이, 입장 마감 오후 6시)
ㆍ입장료 10,000원(성인 기준, 순천만국가정원 입장권으로 순천만 습지까지 관람할 수 있음)
ㆍ문의 061-749-3114(순천시3114온누리콜센터)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유상진

살아 있는 조선의 풍경을 만나다,
낙안읍성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때인 1397년 왜군의 침입을 막으려 토성으로 쌓았다가 나중에 견고한 석성으로 다시 지었다. 조선시대의 성과 동헌, 객사, 초가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마을 전체가 국내 최초로 사적 제302호에 이름을 올렸다.
마을 곳곳에서 평민들이 살던 초가집을 비롯해 툇마루, 토방, 이엉지붕, 아궁이 부엌 등 남도 특유의 주거 양식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지금도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민박집을 운영하며 삶을 이어가는 ‘살아 있는 마을’이다. 실제 초가집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1.4km의 성벽 위에 오르면 초가 지붕이 이어진 마을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ㆍ위치 전남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ㆍ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월별 상이)
ㆍ입장료 4,000원(성인 기준)
ㆍ문의 061-749-8831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양성영

꽃 아래 잠시 멈춤,
선암사


선암사는 봄의 표정이 풍부한 산사다. 4월 중순 무렵 겹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사찰로 오르는 숲길과 전각들은 꽃을 단순한 풍경을 넘어 하나의 깊은 공간으로 완성한다.
가지마다 소담하게 맺힌 꽃송이들이 길 전체를 덮으면 꽃 아래의 공기마저 기분 좋게 일렁인다. 선암사 산책의 정점은 승선교다.
반원형 돌다리가 맑은 계곡물에 비치며 단아한 원을 그리고, 그 사이로 강선루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면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
1박부터 3박까지 머물 수 있으며, 숲길 걷기 등 자연 친화적 프로그램이 일상에 지친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준다.

ㆍ위치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ㆍ운영시간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ㆍ문의 061-754-5247




미식플레이스


국밥 한 그릇에 수육은 서비스,
순천웃장 국밥거리


순천웃장은 상설시장의 편리함과 오일장의 정겨움을 경험할 수 있는 순천의 대표 전통시장이다. 특히 장이 서는 5일과 10일이면 노점들이 골목마다 들어서며 시장 전체가 활기를 띤다. 웃장을 찾았다면 국밥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전라남도가 지정한 ‘남도 음식 거리’이자 순천을 대표하는 음식 특화 거리다. 국밥을 주문하면 돼지머리 수육이나 순대를 곁들여 내는 집이 많아 한 끼를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그중 건봉국밥은 잡내 없이 삶아낸 머릿고기와 내장을 그릇의 절반이 넘도록 담아내는 넉넉한 인심으로 유명하다.

ㆍ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북문길 40

남도 밥상의 진수,
순천 꼬막 한정식


‘음식의 고장’ 전라도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상차림이 풍성하게 시작된다.
상다리가 휘어질 듯 차려내는 다채로운 밑반찬은 남도 밥상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특히 순천 명물인 꼬막은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해 여행자의 기운을 북돋운다.
새콤달콤하게 무친 꼬막무침은 남도 바다의 풍미를 입안 가득 전한다.
단순히 가짓수만 채운 상차림이 아니라, 집집마다 깊이 밴 손맛이 담긴 김치와 장이 식사의 격을 높인다.
든든한 백반으로 기운을 돋우고 꼬막의 감칠맛까지 즐겨야 비로소 순천 여행이 완성된다.

청정 갯벌이 키워낸 최고의 보양식,
짱뚱어탕


깨끗한 갯벌에서만 사는 짱뚱어는 비린내 없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과거에는 흔한 물고기였으나, 이제는 람사르 습지인 순천만이 내어주는 귀한 몸이 되었다.
겨울잠을 자기 전 영양을 가득 채우는 짱뚱어는 예로부터 남도의 으뜸 보양식으로 손꼽혔다.
삶은 짱뚱어에 시래기와 채소를 넣어 푹 끓인 국물은 보양은 물론 해장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갯벌을 힘차게 누비는 짱뚱어의 기운을 담은 뜨끈한 탕 한 그릇이면 여행의 피로가 든든하게 풀린다.





관광플레이스


교복 한 벌로 떠나는 시간여행,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천드라마촬영장은 1960년대 순천 읍내부터 1980년대 서울 변두리까지 200여 채의 건물이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파친코>, 영화 <마약왕> 등 수많은 작품의 배경이 된 낡은 상점과 빛바랜 간판은 걷는 것만으로도 시대극의 한 장면을 완성한다.
옛 교복을 빌려 입고 골목을 누비다 보면 중장년층은 아련한 향수에, 젊은 세대는 색다른 즐거움에 젖어든다.
이처럼 시대를 넘나드는 체험은 과거의 일상을 오늘의 특별한 추억으로 잇는다.

ㆍ위치 전남 순천시 비례골길 24
ㆍ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ㆍ입장료 3,000원(성인 기준)
ㆍ문의 061-749-4540

숲속에서 음미하는 깊고 진한 녹차향,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선암사 뒤편 조계산 자락에 자리한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은 차 한 잔과 함께 호흡을 가다듬는 휴식 공간이다.
황토로 지은 한옥에서 다례와 다식을 체험하며 남도의 차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이 일대에는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700~800년의 야생 녹차밭이 펼쳐져 깊은 향을 더한다. 봄이면 갓 딴 야생 녹차의 첫 잎이 가장 좋은 맛을 낸다.
체험관에서는 진달래나 매화로 전을 부쳐 차와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여행의 여유를 선사한다.

ㆍ위치 전남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1(죽학리, 선암사)
ㆍ운영 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ㆍ체험료 다례 3,000원, 다식 5,000원(2인 이상)
ㆍ문의 061-749-4500

옛 철도의 시간을 걷는 골목,
철도문화마을


철도문화마을은 1930년대 전라선 개통 후 철도 직원들의 주거지로 조성된 관사 마을이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과 병원, 목욕탕 등 옛 생활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어 걷는 내내 근대 도시의 생활사를 마주하게 된다.
철도마을박물관에서는 호남 철도의 역사를 살펴보고, 철도문화체험관에서는 4D 시뮬레이터로 기차 여행을 체험할 수 있다.
골목 끝 죽도봉에 오르면 순천 시내와 동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도 거점 도시 순천의 기억을 품고 있어 기차 여행의 시작과 끝에 가볍게 들르기 좋다

ㆍ위치 전남 순천시 자경2길 10-5
ㆍ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점심시간 오후 12시~1시)
ㆍ입장료 무료
ㆍ문의 061-742-5606



Vol.248
2026년 0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