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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교차와 급격한 습도 변화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 6월, 우리 몸에 필요한 것은 값비싼 건강기능식품보다 땅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제철 농산물이다.
특히 6월에 수확 최성기를 맞는 마늘과 양파는 산지에서 식탁으로 바로 올릴 때 기능 성분 함량이 가장 높다.
농촌진흥청은 탁월한 기능성을 갖춘 우리 품종 개발에 매진하며 일상의 식재료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양파와 마늘은 빠질 수 없는 기본 재료다. 국이나 찌개, 볶음 요리부터 김치와 장아찌까지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양은 마늘 6.6kg, 양파 25.8kg에 달한다(2024년 기준). 그러나 너무 익숙한 탓에 그 가치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양파와 마늘은 단순히 향을 내는 양념채소가 아니라 몸속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 균형을 돕는 기능성 식재료다. 마늘의 핵심 성분인 알리신(Allicin)은 마늘 특유의 알싸한 향을 만드는 동시에 강력한 항균·살균 작용을 한다. 혈액순환을 돕고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에 풍부한 퀘르세틴(Quercetin)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다. 체내 활성산소를 줄이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양파 껍질에는 속살보다 수십 배 높은 농도의 퀘르세틴이 들어 있어 최근에는 양파껍질차나 분말 형태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속살에 풍부한 황화알릴 또한 혈액순환 개선과 혈당 조절을 돕는 기능성 성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능 성분이 품종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같은 마늘과 양파라도 어떤 품종인지에 따라 알리신·클로로필·퀘르세틴 함량이 달라지고 저장성과 맛에도 미묘한 차이가 난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개발하는 국산 품종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농촌진흥청이 개발·등록한 마늘 품종 ‘홍산’이다. 홍산은 일반 마늘과 달리 끝부분이 연한 초록빛을 띤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마늘 품종에서도 재배환경이나 기상조건에 따라 일부 나타날 수 있으나 ‘홍산’에서 특히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부 소비자는 이를 보고 변질되었거나 상한 것으로 오해하지만 ‘홍산’의 초록빛은 클로로필(Chlorophyll) , 즉 엽록소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홍산은 다른 품종보다 클로로필 함량이 1.6~3.5배 높다. 클로로필은 항암 작용, 당뇨 완화, 조혈 작용, 간 기능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물질이다. 여기에 알리신 함량도 비교 품종보다 45% 이상 높다. 항산화 물질인 총 페놀(1.8mg/g)과 총 플라보노이드(0.2mg/g) 함량도 우수하다.
홍산은 재배 특성에서도 확실한 차별점을 지닌다. 마늘은 보통 추운 곳에서 자라는 한지형과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난지형으로 나뉘어 재배 지역이 제한적이었으나, 홍산(弘蒜)은 ‘널리 재배할 수 있는 마늘’이라는 이름처럼 전국 어디서나 재배할 수 있다. 또 수확할 때 뿌리가 잘 뽑히는 특성 덕분에 기존 마늘보다 수확 노동력을 7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농가 입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홍산은 흑마늘 원료로서의 가공 적성 또한 우수하다. 기존 남도 품종이나 재래종과 비교했을 때, 흑마늘로 만들었을 때의 기능성이 더 뛰어나 가공용으로 최적화된 특성을 보인다. 특히 마늘 통이 단단하고 구가 커서 가공 시 상품수율이 높다는 점은 산업적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이다. 이러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산지에서는 이미 홍산을 원료로 한 흑마늘 농축액 등 고부가가치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홍산보다 먼저 탄생한 국산 마늘 품종도 있다. 1998년 교배를 시작해 품종 등록을 마친 ‘화산’은 농촌진흥청이 가임 마늘 유전자원을 활용해 교배 육종으로 만들어낸 국내 최초의 마늘 육성 품종이다.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대부분의 마늘은 유전적으로 불임이어서 교잡 육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꽃 피는 마늘 유전자원을 도입해 교배 기술을 개발하고 실생 종자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이 한계를 돌파했다. 이는 학술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화산은 한지형 재배 지역인 단양, 의성, 삼척 등에 적합하며, 수량은 기존 단양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항암 활성 기능 성분은 더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지역적응시험에서 화산의 수량성은 대비 품종인 단양종의 110% 수준으로 나타나, 품질과 수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겨울철 저온에 의한 2차 생장이 발생할 수 있어 기존 품종보다 약간 밀식해 재배할 것을 권장한다.
마늘뿐 아니라 양파 품종 개발 역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국내 양파 품종의 상당수는 해외 종자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산 품종 점유율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 현장 중심의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결실이 조금씩 농가와 시장으로 스며드는 추세다.
2025년 품종 등록을 마친 조생종 ‘고울’은 뛰어난 생산성이 강점이다. 평균 상품 수량이 기존 대비 품종보다 약 46% 높고, 개당 무게 또한 253g으로 기존 품종(178g)보다 무거운 대구형 특성을 보인다. 구형지수는 0.94로 원형에 가까워 상품성이 우수하고, 당도도 8.9브릭스로 식미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이 단단해 장거리 유통과 저장에도 유리하며, 노균병·무름병 등 주요 병해에 대한 저항성도 기존 품종과 동등한 수준으로 재배 안정성을 갖췄다.
무안, 고흥, 제주 등 3개 지역에서 실시한 지역적응시험에서도 안정적인 수량과 균일한 구형이 확인되며 현장 경쟁력을 입증했다. 조생종 특성상 시장 선점이 가능해 농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8년부터 종묘회사를 통해 본격 보급될 예정으로, 국내 조생 양파 시장의 수입산 대체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육성된 중만생종 ‘문파이브’는 모양이 균일하고 당도가 9.3브릭스로 대비 품종(8.3)보다 높다. 꽃대가 올라오는 비율(추대율)이 0.2%에 불과해 재배 안정성도 뛰어나다. 구중은 334g으로 대비 품종(311g)보다 무거운 대구형이며, 구형지수 0.96으로 원형에 가까워 상품성도 우수하다. 무안, 창녕, 안동 등 중만생종 주요 재배지역에서 지역적응시험을 거쳐 안정적인 생산성을 입증했으며, 결주율도 대비 품종(4.34%)보다 낮은 2.96%로 고른 출현율을 보였다. 수확 후 저장 시 부패율과 맹아율도 대비 품종과 큰 차이가 없어 저장성 면에서도 안정적인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시험 재배 중인 중만생종 ‘월미황’은 보름달처럼 둥글고 균일한 형태에 선명한 껍질색을 자랑한다. 당도는 9.8브릭스로 국산 양파 품종 중 가장 높으며, 수량 역시 기존 품종 대비 약 5% 높은 경향을 보였다.
2020년 신품종으로 선정된 중만생종 ‘진주미’는 저장성과 균일성, 다수성을 고루 갖춘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개당 무게가 446g에 달하는 대과형이면서도, 수확 5개월 뒤까지 형태가 유지될 만큼 저장력이 우수하다. 양파는 저장 과정에서 싹이 트거나 물러지는 문제가 잦은데, 진주미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시장 경쟁력이 높다.
국산 품종 개발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가 자리한다. 현재 국내 마늘 시장은 남도계와 대서계 등 외래 계통 의존도가 높고, 씨마늘 수입량도 적지 않다. 양파 역시 종자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결국 종자 수입 비용은 농가 경영 부담으로 이어지고, 기후 변화에 따른 재배 위험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이 국산 품종 육성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기후와 재배 환경에 맞는 품종을 개발해야 생산 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저장성은 물론 기능 성분까지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상기후가 반복되는 최근에는 ‘홍산’처럼 지역 적응성이 뛰어난 품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소비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마늘과 양파는 크기나 가격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품종 자체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품종에 따라 맛과 향, 영양 성분과 기능 성분 함량까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사과나 포도를 품종별로 골라 즐기듯,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채소 역시 품종 중심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제 양파와 마늘도 각자의 이름과 특성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품종 경쟁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품종은 식량 주권을 지키는 가장 단단한 토대다. 농가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재배 안정성을 확보하며, 소비자의 식탁을 더 건강하게 채우는 일, 이 모든 것이 결국 품종에서 시작된다. 우리 땅과 기후를 연구한 농업인과 연구자들의 노력이 품종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으며, 그 결실이 쌓일수록 우리 농업의 뿌리는 더 깊고 단단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