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6 Vol.250

June 2026 Vol.250
그린 Life > 힐링 플레이스

초록과 바다 사이,
여름의 문턱에서
만나는 부산

부산의 눈부신 도심을 한 꺼풀 벗겨내면, 뜻밖의 싱그러운 초록 세상이 펼쳐진다.
바다와 마천루가 전부인 줄 알았던 이들에게 울창한 숲과 고요한 습지는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한다.
파도 소리보다 깊은 대숲의 속삭임과 대지를 품고 흐르는 너른 낙동강의 숨결을 따라 걷다 보면, 우리가 알던 부산의 풍경은 새롭게 쓰인다.

박수인 ㆍ 사진 제공 부산관광아카이브

해운대의 끝없는 백사장과 마천루가 그려내는 화려함은 부산을 상징하는 익숙한 풍경이다. 광안대교의 야경이 정점을 찍는 이 도시는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답다. 하지만 이 눈부신 풍광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수백 년 세월을 품은 대숲과 낙동강이 바다로 스며드는 고요한 하구, 그리고 바다와 맞닿은 절경 위에 자리한 사찰과 오래된 책 냄새가 배어 있는 골목까지. 부산을 조금 더 깊이 만나고 싶다면, 관광지의 중심에서 한 걸음 비켜나 낯선 길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보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유월은 천혜의 자연을 즐기며 걷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청량한 기운을 머금고 있고, 산자락을 덮은 신록은 점차 짙어져 눈을 편안하게 한다. 도심 속 폐철길이 산책로로 변모해 산책의 즐거움을 주는가 하면, 강과 바다가 만나는 물길 어귀에서는 나직한 바람 소리가 고요한 휴식을 선물한다.
어쩌면 부산의 자연은 번잡한 도시 이미지 뒤편에서 이렇듯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여정은 결국 식탁 위에서 완성된다. 붉고 진한 풍미를 지닌 대저토마토와 갓 지어 윤기가 흐르는 황금예찬쌀이 어우러질 때, 부산은 미식이라는 이름으로 또렷하게 기억된다.




산책플레이스


절벽 끝에서 바다를 마주하는 길,
이기대 해안산책로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임진왜란 당시 두 기생의 숭고한 넋이 서린 이름만큼이나 극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 군사 작전 구역으로 묶여 있었던 덕분에 도심 곁에 있으면서도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청정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다 보면 해식동굴과 돌개구멍 같은 기이한 지질 유산이 끝없이 이어져 걷는 재미를 더한다.
산책로 어디에서나 광안대교를 비롯한 부산의 랜드마크를 색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길의 끝자락인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는 아찔한 스카이워크를 경험할 수 있다.

ㆍ위치 부산 남구 용호동 산25
ㆍ운영시간 상시 개방
ㆍ문의 031-775-8700(두물머리 관광안내소)

400년의 시간을 품은 비밀의 대숲,
아홉산숲


조선 시대부터 한 가문이 대를 이어 가꿔온 이곳은 오랜 세월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며 자연 본연의 생태계를 지켜왔다. 2016년 소유주가 일반 공개를 결정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숲은 웅장한 금강소나무와 대나무 군락지가 뿜어내는 원시림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특히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하게 솟은 맹종죽숲과 평지대밭은 이곳의 백미로 꼽히는 신비로운 풍경이다.
숲 끝자락에는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지은 전통 한옥 ‘관미헌’이 자리해, 대를 이어 숲을 가꿔온 정성과 유구한 역사를 증명한다.

ㆍ위치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1
ㆍ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 마감 오후 5시, 사전 예약 필수)
ㆍ입장료 8,000원(성인 기준)
ㆍ문의 051-721-9183

강물과 바다가 빚어낸 초록빛 쉼표,
을숙도공원


낙동강 물줄기 끝에 자리 잡은 을숙도는 대규모 습지 복원 사업을 거쳐 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도심과 연결된 도로를 경계로 철새공원과 생태공원이 나뉘어 조성돼 저마다 다른 자연의 정취를 뽐낸다. 특히 6월에는 푸른 습지를 배경으로 쇠제비갈매기와 제비 등 여름 철새들이 활발히 날아오르며 생명력 넘치는 풍경을 선사한다. 생태공원에서는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들판을 둘러보기 좋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 방문하면 이곳에 터를 잡은 다양한 생물의 생태 전시와 해설을 접할 수 있다.

ㆍ울숙도 생태공원 부산 사하구 낙동남로1233번길 25
ㆍ을숙도 철새공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부산 사하구 낙동남로 1240
ㆍ낙동강하구에코센터
   운영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ㆍ문의 051-209-2031

옛 철길 위로 흐르는 푸른 바다의 낭만,
부산 그린레일웨이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되살려 조성한 그린레일웨이는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4.8km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다. 나무데크 위를 걸으며 광안대교와 달맞이 언덕, 청사포 쌍둥이 등대를 차례로 눈에 담을 수 있고, 투명 바닥의 다릿돌 전망대에서는 발아래로 쏟아지는 파도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산책로와 나란히 달리는 해변열차나 공중 레일을 오가는 스카이캡슐을 이용하면 같은 풍경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ㆍ전체구간 해운대 올림픽교차로-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옛 해운대역-미포-달맞이공원-청사포-구덕포-옛 송정역-동부산관광단지
ㆍ위치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 116 청사포정거장
ㆍ운영 시간 상시 개방
ㆍ문의 051-749-4536(해운대구청 늘푸른과)




미식플레이스


대저토마토의 화려한 변신,
샤브니지


오랜 역사를 품은 적산가옥을 개조해 고풍스러운 정취를 자아내는 샤브니지는 지역의 명물인 대저토마토로 맛을 낸 독창적인 샤브샤브를 선보이며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최상급 한우와 동물복지 돼지고기를 진한 토마토 육수에 데쳐 노른자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은 이곳만의 특별한 미식 공식이다. 식사 후 남은 육수로 끓여내는 스파게티와 대저토마토 본연의 맛을 살린 독특한 소르베는 지역 특산물의 매력을 완벽하게 전하기 충분하다.

ㆍ위치 부산 강서구 공항로1347번길 36 A동,B동,C동 1층
ㆍ운영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매주 월요일 휴무)
ㆍ문의 0507-1310-2671

연잎이 품어낸 기장의 향,
철마연밥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숲 인근에 자리한 철마연밥은 연잎밥 한 그릇으로 입소문을 탄 한정식집이다. 국내산 무농약 연잎에 햇찹쌀, 진흑미, 연근, 연자육, 단호박, 대추 등을 더해 쪄낸 연밥은 은은한 향과 찰진 식감이 특징이다. 한우떡갈비 정식이나 돼지갈비 정식과 함께 차려지는 정갈한 밑반찬들이 더해지면 한 상이 풍성하게 완성된다. 유월이면 식당 바로 앞 연밭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해 연꽃 풍경을 곁들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홉산숲 방문과 묶어 들르는 이들이 많으며 주말에는 웨이팅이 생기므로 여유 있게 방문하는 것이 좋다.

ㆍ위치 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324-6
ㆍ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4시(매주 월요일 휴무, 주말 오후 8시까지 영업)
ㆍ문의 051-724-8080

부산의 맛을 정찬에 담은 파인 다이닝,
쉐프곤


자갈치시장의 활기와 지역 식재료의 가치를 담아낸 파인 다이닝 (고급 레스토랑)으로, 2024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당일 공수한 싱싱한 해산물은 물론, 부산 강서구의 특산물인 대저토마토와 같은 로컬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신영곤 오너 셰프는 지중해식 조리법을 바탕으로 하되 된장이나 전통 향채를 더해 한국적이고도 세련된 풍미를 구현한다. 특히 부산의 쌀 ‘황금예찬’을 활용하고, 부산 해산물과 어우러지도록 OEM 방식으로 개발한 ‘곤 술’을 코스에 곁들이며 부산 미식의 정체성을 오롯이 구현했다.

ㆍ위치 부산 중구 중구로23번길 12 1층
ㆍ운영시간 오후 12시~오후 10시(매주 월요일 휴무)
ㆍ문의 0507-1371-6607





관광플레이스


식물이 성벽을 이룬 공간,
부산현대미술관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건물 외벽이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이 조성한 수직 정원이다. 175종의 식물이 층층이 내려앉은 초록 벽은 계절마다 얼굴을 바꾸며 건너편 갈대 습지와 조화를 이룬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라는 장소는 미술관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자연과 뉴미디어, 인간을 화두로 삼은 전시는 이곳의 생태적 맥락 위에서 펼쳐진다. 작품을 감상한 뒤 고요한 습지 산책로를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과정은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다.

ㆍ위치 부산 사하구 낙동남로 1191
ㆍ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ㆍ입장료 무료(일부 전시 유료)
ㆍ문의 051-220-7400

파도 소리에 번뇌가 씻기는 곳,
해동용궁사


바다와 맞닿은 해동용궁사는 파도가 발등까지 차오를 듯한 짜릿한 절경을 자랑한다. 108개의 돌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며 마음의 번뇌를 씻어내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연다. 지극정성으로 빌면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는 이야기에 전국 각지에서 간절한 발길이 이어진다. 바다 위 기암괴석과 사찰이 어우러진 비현실적인 풍광은 ‘절’이라기보다 용궁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ㆍ위치 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86
ㆍ운영 시간 오전 4시 30분~오후 7시 20분 (오후 6시 50분 입장 마감)
ㆍ문의 051-722-7744

헌책 향이 스민 골목,
보수동 책방골목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피난 온 부부가 박스를 깔고 헌책을 팔기 시작한 것이 이 골목의 출발이었다. 7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보수동 책방골목은 디지털 세대가 일부러 찾아오는 아날로그 성지가 됐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에 지친 젊은 세대가 켜켜이 쌓인 헌책 더미 사이에서 오히려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것이다. 고서부터 소설, LP판, 잡지까지 장르도 시대도 뒤섞인 골목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 책방 앞에선가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ㆍ위치 부산 중구 대청로 67-1
ㆍ홈페이지 www.bosubook.com



Vol.250
2026년 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