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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속에 여름을 가득 품은 멜론이 익어가고, 탐스러운 붉은 방울토마토가 줄기마다 반짝이는 계절이 왔다.
넉넉한 일조량과 비옥한 충청의 대지가 길러낸 부여 농산물이 6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제철을 맞이한다.
백마강 물줄기가 굽이치는 고도(古都) 부여, 그 땅을 일구는 농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달콤함이 ‘굿뜨래’라는 이름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에 올라 여름의 서막을 알린다.
충남 부여군은 백제의 유구한 역사와 비옥한 평야를 품은 유서 깊은 농업 요충지다. 서해안과 인접해 기온이 온화하고 일조량이 풍부하여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농산물을 길러낸다. 특히 멜론, 방울토마토, 수박, 오이 등 과채류 재배가 발달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체계를 강화하며,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상생하는 내실 있는 유통 구조를 다져가고 있다.
부여군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농협이 중심이 되어 운영한다. 부여농협, 부여축협, 규암농협 하나로마트 내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마련돼 있으며, 30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각 농협은 출하 농가와 협의해 품목과 출하량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며 직매장을 운영한다. ‘당일 수확·당일 판매’ 원칙을 고수하고, 생산 농가 실명제와 자율 가격표시제를 시행해 유통의 투명성을 높였다.
부여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반드시 ‘굿뜨래 로컬푸드 인증’을 거쳐야 한다. 농가가 수확 전후로 인증을 신청하면 부여군 담당 직원이 현장을 방문해 시료를 채취하고, 농업기술센터 농산물안전분석실에서 잔류농약과 토양 중금속 검사를 꼼꼼히 진행한다. 이 같은 안전 기준을 모두 충족한 농가에만 인증서를 발급한다.
부여군은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러한 안전성 검사를 전액 무상으로 지원하며, 출하 시 필요한 포장재도 함께 제공한다. 농가는 비용 부담 없이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소비자는 검증된 먹거리를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굿뜨래가 쌓아온 신뢰는 이제 오프라인 매장을 넘어 온라인으로 뻗어 나간다. 전용 쇼핑몰인 ‘굿뜨래몰’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SNS와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해 젊은 소비층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공공급식 확대와 외식업체 인증제 추진까지 더해지며, 굿뜨래는 단순한 먹거리 브랜드를 넘어 부여 농업 전체를 지탱하는 든든한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채류 재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부여에서 6월에 꼭 맛봐야 할 품목은 멜론과 방울토마토다. 부여 멜론은 244농가가 135ha 규모로 재배하며, 부여읍과 규암면에 주산지가 집중되어 있다. 비옥한 토양의 시설하우스에서 자란 부여 멜론은 향과 당도가 뛰어나고 과육이 단단해 저장성도 우수하다. 오랜 세월 수박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의 노하우가 멜론 재배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GAP 유통시설에서 비파괴 선별을 거쳐 공동 출하하는 품질 관리 체계 덕분에 부여는 전국 최대 멜론 주산지로 자리매김했다.
방울토마토는 469농가가 299ha에서 재배하며, 세도면 일대에 농가가 밀집해 있다. 충남에서 방울토마토 재배를 가장 먼저 시작한 부여는 현재도 도내 최대 산지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껍질이 얇고 식감이 좋으며 단맛과 신맛이 조화로운 부여 방울토마토는 일반 품종부터 대추방울토마토, 스테비아토마토까지 다양한 품종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매년 봄, 세도면 황산대교 아래 유채꽃밭에서 열리는 ‘부여세도 방울토마토 유채꽃축제’는 이 지역 농업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행사다.
6월 부여 로컬푸드 직매장 매대는 멜론과 방울토마토 외에도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채소와 과일로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볕이 잘 드는 백마강변에서 자란 수박은 아삭한 식감과 깊은 단맛으로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당도 11브릭스 이상, 얇은 껍질 등 엄격한 선별 기준을 통과한 수박만이 전국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청정 자연 속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수원에서 자란 오이 역시 놓칠 수 없는 여름의 진미다. 더위가 짙어질수록 특유의 시원한 맛이 더욱 살아나는 부여 오이는 6월 식탁에 청량함을 가득 채우는 대표 주자다.
부여 로컬푸드 출하 농가의 50%는 65세 이상의 고령농이며, 85%는 0.5ha 미만을 경작하는 소농이다. 대형 유통망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이들에게 로컬푸드 직매장은 가장 현실적이고 소중한 판로다. 매출 분석을 통해 출하 품목과 시기를 스스로 조정하며 한정된 농지에서 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직매장만의 강점이다.
청년 농부와 귀농인들에게도 직매장은 기회의 공간이다. 직접 재배한 작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현장에서 확인하며 품목 선택과 출하 전략을 다듬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밭 하나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되는 곳, 그것이 부여 로컬푸드 직매장이 지닌 진정한 가치다.
부여군은 충남의 대표적인 농산물 주산지이지만,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관내 직매장 매출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부여군은 이에 대응하는 동시에 농업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 대전광역시에 ‘더로컬314’와 ‘파머스161’ 등 두 곳의 관외 직거래센터를 운영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곳들은 부여의 정직한 땀방울을 대도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든든한 가교로 역할을 하고 있다.
판로 확대를 향한 부여의 발걸음은 센터 운영에만 머물지 않는다. 각종 행사와 축제에 농가 참여를 지원해 직거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품질 교육과 집하장 운영을 통한 물류 효율화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