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6 Vol.250

June 2026 Vol.250
그린 Culture > 트렌드 리포트

산을 오르는
이유가 달라졌다

정상보다 회복, 요즘
등산의 새로운 공식

주말 아침, 전국의 등산로 입구는 이른 시간부터 활기로 가득하다.
눈에 띄는 점은 오랜 세월 산을 벗 삼아온 숙련된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가벼운 옷차림에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젊은 세대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이다.
하산 후의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시끌벅적한 술자리 대신 정갈한 산채비빔밥을 내는 농가 식당으로, 따뜻한 약초 족욕을 즐길 수 있는 힐링 체험장으로 발길이 향한다.
산은 정복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일상의 회복으로 향하는 입구가 되었다.

박수인


10명 중 7명이 최근 1년 안에 산에 올랐다

과거 등산이 정상 정복과 체력 과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가볍게 걷고 머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활동으로 그 성격이 변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등산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기 돌봄과 경험 소비의 한 방식으로 재해석되는 추세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2026 등산 경험 및 등산 문화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등산 경험률은 66.9%에 달했다. 2024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전 연령대에서 등산 경험률이 상승했는데, 특히 20대(64.5%)와 30대(62%)가 두드러지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등산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되었음을 수치가 보여준다.

응답자의 58.8%가 등산 인구의 증가를 체감하고 있었으며, 그 배경으로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46.1%)’이라는 점이 첫손에 꼽혔다. 특히 20대(40.5%)와 30대(39.0%)는 ‘SNS 인증 문화의 확산’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젊은 층에게 산행은 단순한 고행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오르는 산에서 머무는 산으로

변화의 핵심은 등산의 방식이 느슨해졌다는 데 있다. 앞선 조사에서 응답자의 82.9%는 최근 등산이 가벼운 산책이나 트레킹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답했고, 84.5%는 도심 인근의 낮은 산과 둘레길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숨이 턱에 차도록 수직으로 고도를 높이는 것보다, 나무 그늘 아래를 수평으로 천천히 걷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등산의 이유 역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여전히 건강 관리(47.0%)가 앞자리를 차지하지만, 자연 경관 감상(41.9%)이나 일상 탈출과 힐링(36.5%) 같은 정서적 만족이 바짝 뒤를 쫓는다. 몸을 단련하던 곳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곳으로 산의 역할이 확장된 것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65.6%는 ‘등산은 웰니스 활동’이라는 데 동의했다.

산행의 완성은 산 아래에서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인 가수 성시경은 최근 도쿄에서 열린 한국 관광 행사에서 “서울은 30분 거리에 산이 많고, 산 아래에는 반드시 맛집이 있다”며 등산 후 부침개나 산채비빔밥 같은 음식을 즐겨보길 권했다. 등산과 제철 자연식을 결합한 경험이 한국 고유의 여행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농촌 현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치유 프로그램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강원 춘천에서는 산행 뒤 아로마테라피와 족욕으로 몸을 풀고 제철 농산물로 차린 치유 밥상을 즐기는 당일 코스가 인기다. 전북 고창의 치유마을은 복분자 소금 족욕과 허브차를 결합한 ‘치유 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충북 제천에서 운영하는 산약초 두부 만들기와 약선 밥상 체험은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이제 산채비빔밥과 약초차, 족욕 등으로 이어지는 하산 후 일정은 산행의 덤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춘 핵심 콘텐츠가 되었다.

조용한 산행이 선사하는 ‘건강한 쉼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라이프스타일이 자리한다. 건강 관리를 의무나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경험하려는 흐름으로, 억지로 참고 견디는 대신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을 지향한다. 극단적인 식단 제한이나 고강도 운동 대신 일상 속 작은 실천을 즐기면서 쌓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숲길을 걷고 제철 나물로 식사하며 약초 족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산행 루틴은 이러한 헬시플레저의 가장 자연스러운 실천 방식에 가깝다. 운동과 식습관, 정서적 회복을 억지로 분리해 관리하는 대신, 산행이라는 하나의 경험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때문이다.

정복이라는 강박을 내려놓고 회복을 향해 걷기 시작한 지금, 산을 찾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지고 있다.




Vol.250
2026년 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