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6 Vol.250

June 2026 Vol.250
그린 Poeple > 農, 책으로 답하다

긴긴밤 별처럼
빛나는 당신

김민주 주무관은 모험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도전하며 긴 밤을 견뎌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긴긴밤』 속 노든처럼 함께 길을 걸어준 동료들이 있었다.
완벽하지도, 모든 답을 알고 있지도 않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나아갔다.
그렇게 걸어온 시간은 이제 까만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빛나고 있다.

박진아 ㆍ 사진 이준우

김민주 주무관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
농업의 미래는 기술로 열리지만, 태도로 완성된다. 농촌진흥청에는 과학기술을 토대로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묵묵히 일궈온 연구자와 현장 전문가들이 있다. 「農, 책으로 답하다」는 그들이 곁에 두었던 책을 매개로, 농업을 대하는 철학과 삶의 태도를 들여다보는 인터뷰 시리즈다. <편집자주>

누구에게나 한 번은 찾아오는 여정

누구나 인생에서 긴 밤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지나게 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육아와 업무 사이에서 버거움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되묻게 되는 날들도 찾아온다. 김민주 주무관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도 아니었고, 경력이 쌓였다고 업무 현장에서 마주하는 매 순간 정답이 선명하게 주어진 것도 아니었다.

농약 등록 평가나 약효 검토 업무는 작은 판단 하나가 현장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기준과 자료를 바탕으로 순간마다 최선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는 아이에게 읽어 주기 위해 선택한 책 『긴긴밤』 속, 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이 함께 떠나는 여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

“노든은 상처가 많고 지친 존재이지만, 어린 펭귄을 외면하지 않고 바다로 데려갑니다. 자신도 완벽하지 않고 모든 답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함께 걸어갑니다. 그 모습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마음과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또 작은 판단 하나가 현장과 연결되는 업무를 맡은 사람으로서, 모든 답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준과 자료를 바탕으로 최선의 판단을 내리려 노력하는 제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과 연구를 잇는 농업직의 역할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한 김민주 주무관은 자연스럽게 농업직 공무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처음 시·군 지자체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 2011년 농촌진흥청으로 자리를 옮겨 국립농업과학원과 본청을 오가며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아열대 작물을 포함한 소면적 작물의 농약 등록에 필요한 시험 과제를 관리하고, 농약 등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졸업 당시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성에 끌려 이 분야에 발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후회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제가 등록한 농약이 현장에서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볼 때면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깊은 보람을 느낍니다.”

김 주무관은 농촌진흥청 내에서도 약 50명에 불과한 농업직 공무원 중 한 명이다. 농업연구사가 농촌 현장의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면, 그들은 본청 농자재산업과에서 농자재 전반에 대한 인허가와 현장 민원 대응 업무를 맡아 농업 현장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

“연구 기관에서 농업직은 법적 기준에 따라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연구 성과와 행정 제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행정적 판단에 전문성과 현장성을 더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과학적 성과가 농업 현장에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농업직의 핵심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배움 끝에 찾은 일의 즐거움

농촌진흥청으로 이직한 후 김민주 주무관은 업무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자체에서 근무할 때와 달리 이곳에서는 훨씬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업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다시 전문 서적을 펼치고 공부를 시작했다. 취업 후 바쁜 업무와 전공 공부를 병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노력의 의미를 실감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 농촌진흥청에 왔을 때 선배들이 전문 서적을 비롯해 업무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공부하라고 하셨거든요. 당시에는 ‘지금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공부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도 들었는데, 지금은 그때 했던 공부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생각을 해요. 선배들이 왜 그렇게 공부하라고 하셨는지 이제는 알 것 같고요. 공부를 계속하고 업무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도 공부도 오히려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꾸준한 노력 끝에 김민주 주무관은 업무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태도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그는 살충제 약효·약해 평가 연구를 통해 산림병해충 방제 유공 표창을 받았다.

수목은 종류가 다양해 농약을 개별적으로 등록하기가 어렵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충의 특성에 따른 ‘약효 그룹화’를 추진하여 방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집중하였다. 실무자로서 산림병해충 방제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던 진심이 잘 전달된 것 같다고 한다.

“사실 유공 포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당시 과장님께서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성과라기보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임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던 우리 청과 팀원 모두의 노력을 대표하여 받은 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살충제 약효 평가는 농약이 실제 대상 해충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방제 효과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바로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시험 조건의 신뢰성은 충분한지, 해충 발생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약제 자체의 효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약효뿐 아니라 약해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방제 방식이 경험적 판단에 크게 의존했다면, 현재의 약효 평가는 체계적인 시험 기준과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뢰받는 농약 관리 체계를 향해

“밤을 지나고 있을 때는 이 시간이 언제쯤 끝나려나 생각하지만, 모든 긴긴밤은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더라고요. 밤이 지나면 낮이 오는 것처럼요. 돌이켜보면 그때 일하면서 힘들게 공부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업무 처리 능력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육아도 병행해야 해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만약 그때 그 업무를 맡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이 정도까지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혹 지금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잘 버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 시간이 쌓여 본인만의 힘이 되고, 나중에는 분명 큰 자산이 되어 있을 거예요.”



김민주 주무관은 앞으로도 농약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더 쌓아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병해충이 계속 발생하고, 기존 약제에 대한 저항성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론 방제, 정밀 살포, 생물농약 등 새로운 기술과 제품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평가 기준 역시 더 과학적이면서도 현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담당자가 되고 싶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일과 가정 모두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긴긴밤』의 주인공들처럼 김민주 주무관 역시 때로는 길고 어려운 시간을 마주하더라도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농업 현장과 국민에게 신뢰받는 농약 관리 체계라는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어갈 것이다.




Vol.250
2026년 06월호